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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 … 역사교육 바꿔야”

권순우 기자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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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21/04/10  0면 입력 2021/04/09 18:00 수정 2021/04/09 15:33

이슈 인터뷰 … 케네소대 안소현 교수
“아시안 역사, 초등교육서 철저히 배제”
소수계끼리도 ‘아시안은 이방인’ 인식

“미국 역사를 공부할 때 아시아계는 어떻게 살아왔고, 미국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배운 적이 있나요? 지금도 우리 자녀들은 백인 중심의 역사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증오범죄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종 간 갈등과 증오범죄는 영원히 사라질 수 없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뉴욕과 LA 등 아시아계가 많은 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달 16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스파 총격 사건은 8명의 사망자 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법당국은 현재까지 총격 용의자의 ‘증오범죄’ 여부와 사건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내 아시아계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해 온 교육자의 입장에서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안소현 케네소대 교수(사회교육학·사진)와 유선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안 교수는 ‘백인 중심의 역사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증오범죄, 아시안=이방인 시각 때문”
안소현 교수는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에 대해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수위가 높지는 않았지만 계속 있었다”며 “간혹 한 번씩 증오범죄가 이런 살인사건처럼 크게 터지면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사회 내에 아시안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안 교수는 “코로나19 이슈처럼 아시아 국가가 미국에 경제적으로든 공중보건 등 다른 방식으로 적이 되면 미국 내 아시안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공격을 받는다”며 “주류사회에서는 여전히 아시안을 ‘이방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역사 교육 전무”
서울대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한 안 교수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1년부터 케네소대학에서 사회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아시안은 이방인’이라는 인식의 기반은 잘못된 교육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안 교수에 따르면 조지아를 비롯한 미국의 초등교육에서 아시아계 역사는 찾아볼 수 없다. 백인 중심의 역사만 교육하도록 교과과정이 짜여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시아계는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미국 역사의 한 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안 아메리칸이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기 미국 사회에 기여했는지 우리 자녀들의 역사교육책에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종 문제 자체를 백인과 흑인의 대립으로만 본다. 시민운동 역사를 봐도 흑인 커뮤니티의 민권 운동만 강조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이분화된 세계관이 박혀버리기 때문에 이들이 자라서도 아시안은 그저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수계가 아시안 공격 왜?”
일련의 증오범죄 사건을 보면 흑인 용의자들이 아시아계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다. 왜 소수계끼리 연합하지 못하고 다른 소수계에 피해를 주는 것일까.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역시 백인 중심의 역사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계도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흑인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런 생각이 깔려있고, 알게 모르게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교육에서부터 흑인 커뮤니티는 모범적인 아시아계를 이방인으로, 아시안 커뮤니티는 흑인 커뮤니티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안소현 교수는 “백인들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흑인사회의 분노가 아시안 커뮤니티로 표출되는 것”이라면서 “결국은 모든 소수계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역사만 올바로 교육해도 증오범죄 줄어들 것”
안 교수는 결국 “올바른 역사교육만이 증오범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인 중심의 역사 교육에서 아시안,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칸 등 소수계의 미국 역사를 함께 교육해야만 한다”면서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올바른 교육이 시작되어야 하고 ▶역사학자들이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야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올바른 역사가 교과서에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안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초안은 역사학자가 만들지만, 이 내용을 교과서에 담는 것은 각 지역 교육 이사회에서 승인한다”며 “소수계들이 의결권을 가진 선출직 공무원이 되거나 가치를 공유한 리더들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역사 교육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수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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