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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크로아티아

아쉬운 준우승에 전세계 박수 보내
잇단 연장혈투와 부상 견디며 투혼

내전·경제난으로 힘든 국민에 위로
주장 모드리치 최우수 선수로 선정



크로아티아는 줄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스코어로는 졌지만, 그들은 결코 진 게 아니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투혼을 불사른 크로아티아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러시아 월드컵은 크로아티아가 만들어낸 '동화'였고 그들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크로아티아의 인구는 416만명이다. 면적은 한반도 4분의 1 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작지만 강한 나라였다.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가 내건 슬로건 '작은 나라 큰 꿈(Small country Big dreams)'을 현실에서 이뤄냈다.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 16강전, 러시아와 8강전, 잉글랜드와 4강전까지 3연속 연장 혈투를 벌였다. 체력은 바닥났고, 부상자가 줄을 이었다. 그래도 크로아티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축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는 0-1로 뒤진 전반 28분 동점 골을 터트린 뒤 잉글랜드와 4강전에서 다쳤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조국을 위해 통증을 감내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크로아티아는 1-4로 뒤진 후반 24분엔 마리오 만주치키(유벤투스)가 집념의 추가 골을 뽑아냈다. 네티즌들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이라고 크로아티아 축구를 치켜세웠다.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겪은 세대다. 모드리치의 할아버지는 1991년 세르비아 반군에 사살당했다. 페리시치와 데얀 로브렌(리버풀)은 유고 내전을 피해 크로아티아로 이주했다. 이들은 어린 시절을 유럽의 화약고에서 보내면서 저절로 애국심을 갖게 됐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4강전에서 "힘들면 바꿔주겠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EU)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나라다. 청년 실업률은 30%를 웃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결승전이 열린 16일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반 옐라치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16일 귀국 환영행사에는 수만 명의 축구팬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기간 크로아티아에서는 TV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0%나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알렉산더 세페란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인구 4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월드컵 결승전까지 올라간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크로아티아는 자랑스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 선수들은 가족과 친구, 국가에 자부심을 안겨줬다"고 자평했다. 달리치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고개를 들라고 이야기했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골-1도움을 기록한 주장 모드리치는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의 영예를 안았다. 1998년 호나우두(브라질), 2002년 올리버 칸(독일), 2006년 지네딘 지단(프랑스), 2010년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2014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 이어 20년째 우승하지 못한 나라의 선수가 골든볼을 수상했다. 모드리치는 "우린 영웅답게 싸웠다. 슬프지만 우리가 이뤄낸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경기 후 비를 맞으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위로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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