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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혀 나간 박지수, 도쿄행 희망을 지켜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17 07:07

여자농구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
2승1패, 중국 이어 골득실서 2위
올림픽 위해선 박지수 백업 절실



여자농구대표팀 센터 박지수가 뉴질랜드전에서 자유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3쿼터 종료 2분36초 전. 골밑슛을 시도하던 박지수(21·KB국민은행·1m95㎝)가 상대 선수와 부딪쳐 쓰러졌다. 왼쪽 허벅지를 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혼자 일어서지도 못했다. 부축을 받아 코트 밖으로 나간 뒤 코트 바닥에 쓰러져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휴식을 취한 박지수가 4쿼터 중반 다시 코트로 들어서자 장내가 술렁였다. 눈물 자국이 얼룩진 눈매를 찡그리며 코트를 누비던 박지수는 더 거칠게 몸을 부딪치는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득점과 리바운드를 척척 해냈다.

국제농구연맹(FIBA) 온라인 중계진은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그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정말 강인한 선수”라며 투혼을 칭찬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에이스’ 박지수가 결국 해냈다. 그의 활약 속에 한국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2차 예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한국(세계 18위)이 1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트러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프레퀄리파잉 토너먼트 3차전에서 홈팀 뉴질랜드(35위)에 65-69, 4점 차로 졌다.




뉴질랜드전에 출전한 박지수. 부상을 딛고 투혼을 보여줬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은 앞서 중국(81-80승)과 필리핀(114-75승)을 연파했다. 한국·중국·뉴질랜드가 물고 물리면서 2승1패로 동률을 이뤘다. 승패가 같을 경우 골득실차로 순위를 가린다. -3의 한국이 중국(+22)에 이어 2위에 차지했다. 뉴질랜드는 -19를 기록했다. 1, 2위는 내년 2월 최종 예선(장소 미정)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다툰다. 올림픽 본선에는 12개 팀이 출전한다.

한국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뉴질랜드가 계속 앞서갔다. 한국은 열심히 뒤를 쫓았지만, 끝까지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체격이 좋은 뉴질랜드가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신체 접촉에 관대한 심판 판정에 한국 선수들은 움츠러들었다.

한국은 무엇보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30-51로 뉴질랜드에 크게 뒤졌고, 야투 성공률도 35%(60개 중 21개)에 그쳤다. 뉴질랜드는 61개 중 26개(성공률 42.7%)를 림에 꽂아 넣었다. 한국은 강이슬(25·KEB하나은행·1m80㎝)이 3점슛 5개를 모두 성공하는 등 21득점, 김정은(32·우리은행·1m80㎝)이 3점슛 5개 등 17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뉴질랜드에 10점 안팎으로 계속 끌려갔다.




뉴질랜드와 도쿄올림픽 1차예선에서 리바운드를 다투는 박지수(오른쪽). 경기 내내 힘 좋은 뉴질랜드 선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았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박지수가 코트에 돌아온 4쿼터 중반에 한국은 53-65, 12점 차로 뒤져 있었다. 지더라도 11점 이내여야 최종예선 진출이 가능한 상황. 박지수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팀플레이를 이어갔다. 3분53초를 남기고 골 밑에서 리버스 레이업에 성공했다. 이어진 수비 상황에서 상대 3점슛이 불발되자 몸을 던져 공을 낚아챘다.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자 외곽의 김정은, 박혜진(29·우리은행·1m78㎝)에게 잇달아 패스를 내줘 3점슛을 연거푸 끌어낸 장면도 돋보였다. 박지수는 11득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역전극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올림픽 본선행 도전 기회를 이어간 것만으로도아주 값지다.

박지수는 대표팀에서 막내지만, 전술적인 면에서는 구심점이다. 좋은 체격으로 골밑 지배력이 돋보이고, 두 시즌 연속 WNBA 무대를 경험해 자신감도 넘친다. 문제는 여자농구의 ‘대들보’이니 박지수 역할을 나눠 맡을 백업 센터가 없다는 점이다. 이문규(63)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김한별(33·삼성생명·1m78㎝)이 통증을 호소하는 박지수를 둘러업고 코트를 빠져나갔다. 온몸을 던져 목표를 지켜낸 막내에 대한 언니들의 고마움 표시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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