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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마클, 시아버지 팔짱 끼고 신부 입장

파격의 연속, 해리 왕자 결혼식

'모든 것이 바뀐 하루(A day when everything changed).'

CNN방송은 19일 영국 런던 근교 윈저성의 왕실 전용 예배당인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열린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을 이런 제목으로 소개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보다 3살 연상에 한 차례 결혼한 적이 있으며 흑백 혼혈인 마클은 여권 신장을 위해 활동해왔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 '메건 효과'가 밀어닥치면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결혼식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파격이 속출했다.

결혼식은 신부 입장부터 달랐다. 마클의 아버지 토머스 마클은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판매했다는 논란에 이어 심근경색 수술로 결혼식에 불참했다. 마클은 예배당에 혼자 들어서 누구의 에스코트도 받지 않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중간 지점에서 해리 왕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끼고 입장했다.



찰스 왕세자가 해리 왕자에게 마클의 손을 잡고 건네주는 절차도 없앴다. 마클이 해리에게 다가가자 찰스 왕세자가 자연스럽게 빠졌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왕실 결혼에서 왕자에게 신부가 '복종하겠다'(obey)는 서약을 해왔는데 이런 표현도 사라졌다. CNN은 "마클이 이 절차를 통해 왕실의 규범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1살 때 힐러리 클린턴 장관 등에게 편지를 보내 여성을 '부엌데기'라고 표현한 광고를 바꿔놓았던 마클은 유엔의 여성 인권, 성 평등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2015년 베이징 여성 콘퍼런스에서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연설했다. 여러 인터뷰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표현 대신 '대중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여성'이라는 호칭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연기자로 성공한 뒤 아프리카를 다니며 맑은 물 캠페인 등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초의 흑인 성공회 주교가 설교

해리 왕자도 형 윌리엄 왕세손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2011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윌리엄은 신부가 입장하는 내내 앞만 보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마클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입장하는 신부와 눈을 맞추거나 미소를 보이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군복을 입을 때 면도를 말끔하게 해야 하지만 그는 결혼식에서 평소처럼 턱수염을 기른 채로 참석하겠다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결혼식 주례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맡았지만, 혼혈인 마클을 고려해 최초의 흑인 미국 성공회 주교인 마이클 커리 신부가 설교를 했다. 동성애자 보호와 흑인 인권 증진에 목소리를 내온 커리 신부는 미 흑인민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말문을 열었다.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미국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인 영가(소울)가 치유의 힘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엄숙함과 거리가 먼 연설을 선보였다.

생방송 화면에 잡힌 왕실 구성원 일부는 당황해 했지만 영국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소셜미디어에 "(커리 신부는) 나의 새로운 영웅"이라고 적었다.

결혼식에서는 흑인 합창단이 소울 음악의 대표 격인 '스탠드 바이 미'를 불렀고, 2016년 BBC가 꼽은 젊은 음악인에 선정된 흑인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의 연주도 이어졌다.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여왕 전속 목사 역할을 맡았던 로즈 허드슨 윌킨도 연설했다. 영국 배우 겸 방송인 안젤라 그리핀은 "왕실 행사에서 유색 인종을 저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라며 "혼혈인 10살 딸과 함께 결혼식을 보며 자랑스러웠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방시 드레스에 5m 길이 면사포

마클은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한 단아하고 심플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켈러는 영국인 디자이너로, '구찌' '끌로에'를 거쳐 지난해 5월 지방시의 첫 여성 디렉터로 부임했다.

마클의 드레스는 양어깨가 드러나는 보트 네크라인 스타일에 7부 소매, 아래로 갈수록 A라인으로 퍼지는 스커트다. 두 겹으로 붙인 실크 원단으로만 만들어 우아함을 강조하는 대신 5 길이로 길게 늘어뜨린 면사포에서 화려함을 표현했다. 마클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면사포에는 영연방으로 분류되는 코먼웰스 국가들에서 자라는 식물의 수를 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신데렐라 같은 동화 속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마클이라는 한 여성을 당당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머리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보석 금고에 보관돼 있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썼다. 여왕 메리 1세가 사용했던 밴드 스타일의 티아라다. 해리 왕자는 피로연에 참석하는 마클에게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비가 착용했던 푸른색 에메랄드 반지를 선물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정치인 대신 윈프리.클루니 등 초대

해리 왕자와 마클은 결혼식에 정치인을 초대하지 않았다. 대신 지인 6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엘튼 존 등이 참석했다.

윈저성 뜰에는 일반 시민 1200여 명이 초대돼 결혼식을 참관했다. 이날 윈저에 모인 10만명 이상의 인파는 결혼식 후 마차를 타고 거리를 돌며 감사 인사를 한 부부를 축하했다. 해리 왕자에게는 '서섹스 공작' 작위가 부여됐다.

경호 비용을 포함해 최대 470억원이 든 것으로 추산된 결혼 비용은 신부 측 부담이 관례지만 영국 왕실이 낸다. 패션산업과 소매점 등에 영향을 미쳐 이번 결혼식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예상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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