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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남용의 역습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21 13:02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STOP PLASTIC' 문구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세한 알갱이가 포함된 화장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위한 빨대. 이제는 볼 수 없거나 사용 자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주요 소재인 플라스틱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반(反) 플라스틱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역습은 막기가 쉽지 않다. 지층에는 플라스틱 퇴적층이 쌓이고, 하늘에서는 플라스틱 비가 내리고 있다는 암울한 연구 결과 두 건이 나왔다.

우리는 '플라스틱기'로 기록될까

지층연구는 인류의 역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화석과 지질 성분이 당시 환경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미래 인류는 현시대를 어떻게 분류하게 될까. 조상들이 살던 시대를 '청동기'나 '철기' 등으로 분류했던 것처럼 우리는 '플라스틱기'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제니퍼 브랜던 박사는 지난 6일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해안 퇴적층의 플라스틱 입자 증가' 논문을 발표하고 "플라스틱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화석 기록으로 남고 있다"며 "바다 밑바닥에 사는 생물에게도 나쁜 일이지만, 플라스틱이 우리 시대의 화석 기록으로 남을지 여부가 보다 실존적인 의문"이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해안 퇴적층의 플라스틱 오염 조사를 위해 1870년대 퇴적층까지 조사했다.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스]






브랜던 박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해양학연구소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퇴적층을 연구하기 위해 185년 전인 18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들에 따르면 퇴적층의 플라스틱 오염도에 관한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940년대 이후 지금까지 퇴적층에 쌓인 플라스틱 양은 15년마다 두 배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인류의 플라스틱 생산 증가가 해양 퇴적층 속 플라스틱 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통계적 증거도 밝혀냈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퇴적층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양도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늘어났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해안 퇴적층에서 발견된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섬유와 조각들.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스]






연구결과에 따르면 퇴적층에 쌓이고 있는 플라스틱 알갱이 대부분은 옷의 소재인 합성섬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된 플라스틱 입자의 3분의 2는 플라스틱 섬유로 밝혀졌고, 5분의 1은 플라스틱 파편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10분의 1은 플라스틱 필름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퇴적층 분석 기록에 따르면 해저 면적 10㎠당 약 40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검출됐다.

브랜던 교수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가정이나 공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곧장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늘에서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

플라스틱의 공격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빗방울에 플라스틱 조각이 섞여 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와 덴버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로키 산맥 일대 빗방울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된 것이다. 미 내무부 산하의 미 지질조사국(USGS)의 그레고리 웨더비 연구원은 해당 연구결과를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 USGS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웨더비 연구원의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토양과 무기물을 조사하기 위해 빗방울 표본을 채취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하면서다. 웨더비 연구원은 덴버에서 북서쪽의 로키 산맥까지 이어지는 총 8개 지점에서 빗방울 샘플을 얻었다. 빗방울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는 빈도는 덴버 도심에 가까울수록 높게 나타났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플라스틱 비가 내린다' 연구결과에서 빗방울에 플라스틱 섬유, 조각이 포함돼 있음이 밝혀졌다. [사진 USGS 홈페이지]






그러나 웨더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플라스틱 섬유가 덴버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내 로치베일에서도 발견됐다는 점은 플라스틱 퇴적물은 도시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로치베일에서 얻은 빗방울 표본은 고도 3159m 지점에서 채취된 것이다.

덴버 인근과 로키 산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은 대부분 플라스틱 섬유다. 덴버 인근에서 채취한 빗방울 속에서는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손을 떠나 빗방울에 섞인 플라스틱 조각들은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빗방울 표본 채취 지점. [사진 USGS 홈페이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베런드 칼리지 미세 플라스틱 전문가인 쉐리 메이슨 박사는 "플라스틱 섬유는 세탁할 때마다 떨어져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산업의 부산물로 나온다"며 "모든 플라스틱 조각의 근원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대기 중으로 플라스틱 파편을 배출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비에 섞여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지하수로 공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웨더비 연구원은 지난달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플라스틱은 비나 눈 속에도 있고, 이제 환경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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