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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싱가포르에선 벌금 9억, 이집트는 징역 15년…기자 250명 복역 중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2/14 12:02

언론인보호위원회 '언론인 구금현황 보고서'
복역 기자 250명 중 30명 가짜뉴스 혐의

가짜뉴스 혐의 언론 탄압 급증




싱가포르 반정부 인사가 운영하는 ‘스트레이츠 타임스 리뷰’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글에 대해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 성명에 첨부된 이미지. [싱가포르 정부 홈페이지 캡처]






“싱가포르 정부는 이 글에 잘못된 정보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호주 국적의 싱가포르 반정부 언론인 알렉스 탄이 운영하는 '스트레이츠 타임스 리뷰' 페이스북 게시글에 붙은 정정 공지문이다. 공지문은 23일 게시된 “싱가포르 여당의 집권 연장을 위해 선거가 조작되고 있으며 내부 고발자가 체포됐다”는 내용의 글에 추가됐다.

그런데 공지문을 쓴 건 탄이 아니라 페이스북이었다. 싱가포르 당국은 탄이 정정 공지문 게시를 거절하자 페이스북 측에 직접 요청했다. 근거는 지난달 시행된 가짜뉴스법인 ‘온라인상의 거짓과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이었다.




페이스북은 싱가포르 정부의 정정요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반정부 인사의 페이스북 글에 정정 공지문을 추가했다.[로이터=연합뉴스]






이 법에 따르면 싱가포르 당국은 SNS상의 뉴스나 글 중 정부가 거짓으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선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요구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78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개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거나,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88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처벌을 우려한 페이스북 측이 싱가포르 당국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N은 ”싱가포르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국가 순위에서 181개국 중 151위에 올랐다“며 “(이번 사례는) 싱가포르 당국이 (가짜뉴스)법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11일(현지시간) 전 세계 언론인 구금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CPJ 유튜브 캡처]






‘가짜뉴스 전파’를 국가 차원에서 범죄로 규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 결과 언론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CPJ는 이날 ’언론인 구금 현황 2019‘ 보고서를 공개하며 “2012년부터 가짜뉴스 전파 혐의로 구금된 언론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현재 전 세계에 구금된 250명의 언론인 중 30명이 가짜뉴스 전파 혐의로 감옥에 있다"고 전했다.




‘가짜뉴스 배포’혐의로 언론인 구금한 국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짜뉴스 전파 혐의로 언론인을 가장 많이 구금한 나라는 이집트다. 21명의 언론인이 감옥에 있다. 이집트는 지난해 SNS 팔로워 수가 5000명이 넘을 경우 모두 언론인으로 분류한 뒤, 이들이 가짜뉴스를 배포하면 처벌하는 법을 제정했다.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는다. 러시아도 지난해 가짜뉴스 전파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CPJ는 “이집트에선 지난 9월 군부의 부패를 비판하고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들 상당수를 가짜뉴스 전파 혐의로 구금했다”며 "가짜뉴스 전파 처벌 법률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48명 최다…홍콩·위구르 보도해 구금



지난 6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의 한 모스크 앞에 설치된 '미디어 인터뷰 구역'의 모습. 라마단 기간 동안 기자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제한된 곳에서만 취재와 인터뷰를 할 수 있다.[AFP=연합뉴스]






CPJ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을 구금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올해 중국에 구금돼 있는 언론인은 48명으로 지난해보다 한 명 늘었다. CPJ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검열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용소 감금 의혹 보도를 한 언론인들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 당국에 체포된 프리랜서 기자 황쉐친(黃雪琴)이 대표적이다. 당시 황 기자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직후 ‘소란난동죄’ 위반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란난동죄는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나 사회 활동가를 체포할 때 자주 적용하는 죄목”이라고 전했다.


터키 2위…사우디·이집트·에리트레아 순



언론인 구금 가장 많은 나라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언론인을 가두고 있는 국가는 터키다. 총 47명의 언론인이 구금돼 있다. CPJ는 “터키에서 구금된 언론인은 지난해(68명)보다는 줄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여전히 독립 언론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며 “터키에서 올해 100개가 넘는 매체가 테러 연계 등 혐의로 폐쇄됐다”고 전했다. CPJ는 또 “현재 터키에서 수십 명의 언론인이 재판을 받고 있고 이들 외에 일부 해외에 체류 중인 언론인도 귀국시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 의해 구금되는 언론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금 언론인 66% "반국가행위 혐의"



테러 연루 혐의로 구속됐던 터키 언론인 나질 일리칵(가운데)이 지난달 4일 항소심 선고 이후 풀려나 가족과 포옹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26명), 이집트(26명),에리트레아(16명), 베트남(12명), 이란(11명)에서 많은 언론인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된 언론인 대부분은 ‘반국가 행위’로 붙잡혔다. CPJ는 언론인 250명 중 66%가 반국가행위로 붙잡혀 있다고 전했다.

CPJ “부당한 이유 언론인 구금 안돼”



지난해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AP=연합뉴스]






CPJ는 특히 권위주의, 정치적 불안정, 반정부 시위 여파로 중동 지역에서 구금되는 언론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CPJ는 “사우디에서 구금된 언론인 18명은 어떤 혐의를 받았는지조차 드러나지 않았다”며 “정치범과 언론인들이 구타와 굶주림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해 숨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의혹을 받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의 언론 탄압 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CPJ는 그러면서 “언론 탄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더 큰 부패로 이어질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인다”며 “언론인들이 부당한 이유로 구금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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