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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망 중 70%가 그들인데…흑인이라서 마스크도 못쓴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9 21:19

9일(현지시간) 기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7만명에 육박하는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다. 미국 여러 지역에선 특히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대다수 주(州)에서 아프리카계 주민의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는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리노이주 시카고, 위스콘신주 밀워키, 루이지애나주 등에선 사망자의 70%가 아프리카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 내 아프리카계 주민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데도 피해를 본 사람 대부분이 이들인 것이다.

WP는 '아프리카계 주민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는 비율은 놀랍도록 높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백인 거주지에 비해 감염률이 3배나 높고 사망률은 거의 6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폐 질환을 비롯해 당뇨병, 심장병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이들이 전염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백인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기저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황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연일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7일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단 것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AP=연합뉴스]






가디언은 "신종 코로나는 미국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상당수가 청소부, 버스 기사, 상점 직원, 간병인 등으로 일하고 있어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9일 보도했다. "소위 '화이트칼라'는 집에서 일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럴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약자들이 오히려 전염병에 노출되는 것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지만, 미국에는 프랑스나 독일식의 사회안전망이 없고 공공 의료서비스 역시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의료보험 가입 비율은 백인 등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마스크조차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WP는 9일 보도에서 "일리노이주에서 아프리카계 남성들이 마스크를 쓰고 월마트에 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 일이 있었다"며 "이들은 마스크를 썼다가 범죄자로 취급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몇 년간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 언론은 "아프리카계 주민이 신종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받는 데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더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WP)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미국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46만8000여명, 누적 사망자는 1만6691명으로 집계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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