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0.0°

2020.08.06(Thu)

죽은 매케인의 복수…1분 광고 매일 트럼프 아픈 곳 저격한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01 23:42

2008년 매케인 대선캠프 출신 '링컨 프로젝트'
조기 경제 재개로 '2차대전 세대' 코로나 피해
'러, 아프간 미군 살해 현상금' 정보 무시 지적
레이건 광고 패러디 '미국의 애도' 277만 조회
트럼프측 "한탕 노린 민주당 조직" 반박 광고

"남부연합의 심장부가 마침내 그 깃발을 내린 날,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남북전쟁을 벌이고 있다."



링컨프로젝트가 1일 방영한 정치 광고 '역사의 어느 편'의 한 장면. 미시시피주가 남부연합 상징이 포함된 주 깃발을 교체하기로 한 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유튜브]






1일(현지시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역사의 어느 편'이란 1분짜리 정치 광고다. 지난 6월 28일 미시시피 주의회가 남부연합의 상징이 담긴 주 깃발을 교체하기로 의결한 날,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트 파워(백인 권력)"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 영상을 수백만 명에 공유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광고가 아니라 2008년 존 매케인, 2012년 밋 롬니 대선 캠프 출신 정통 공화당 선거전문가들이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 저격수로 나서 제작한 영상이다.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배신당한(betrayed)'라는 제목으로 전직 해병대 특수부대 네이비 실 대원 댄 바커프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전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살해하는 데 현상금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당신은 전직 KGB 졸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설 수 없는 겁쟁이거나 러시아와 공모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트럼프 저격' 광고를 낸 이 단체의 이름은 링컨프로젝트. 1860년 미 공화당 출신 첫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을 땄다. 미국 선거법상 정치자금을 모금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 정치활동위원회)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단체다. 그런데 이들의 목표는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주의(Trumpism)를 무찌르는 것"과 "당과 상관없이 헌법에 대한 맹세를 저버린 후보자를 패배하게 하는 것이 애국 미국민의 의무"이다.




2008년 존 매케인 대선 캠프 출신을 포함한 공화당 인사들이 올해 대선에서 헌법 수호 맹세를 저버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의를 물리치겠다고 시작한 링컨프로젝트의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켈리언 콘웨이의 남편이면서도 2018년 말부터 반(反)트럼프 운동에 앞장선 변호사 조지 콘웨이, 2008년 존 매케인과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 수석 전략가 등으로 활동한 스티븐 슈미트와 존 위버, 정치광고 전문가 릭 윌슨 등이 공동 창립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1936~2018) 생전에 "그는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대놓고 공격했던 것을 생각하면 죽은 매케인의 '복수'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그는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으로 불린 것"이라며 "나는 포로가 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사후에도 "나는 매케인의 팬이었던 적이 결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케인이 2017년 자신의 공약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법안을 부결시켰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관련 비판적 이슈나 논란거리를 실시간으로 포착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권자에 최대한 입소문을 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공개한 50편의 광고는 자발적인 유튜브 조회 수만 50만~100만건이다. 사안에 따라선 특정 주를 표적으로 디지털 광고를 내기도 한다.




링컨 프로젝트의 정치광고 '부채'는 2차 대전에 참전해 희생한 '위대한 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경제재개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링컨프로젝트]






지난달 28일 '부채'라는 제목으로 초고령층 "위대한 세대"의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를 다룬 광고는 플로리다, 애리조나,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2차 유행이 집중된 지역에 10만 달러를 들여 방영했다. 1941년 미국 지도자는 당시 청년들에 2차대전 참전을 요청했고, 이들의 희생으로 세계를 구했다는 내레이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조기 재개" 발표가 중환자실 생명유지장치 소리를 배경음으로 이어진다.

이 광고는 끝으로 "우리는 이 가장 위대한 세대에게 충분히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끝난다. 미국 코로나 19 사망자 가운데 85세 이상이 전체의 33.3%, 75~85세까지 합치면 60%로 노인들이 집중적으로 숨진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상기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HBO 미니시리즈 '전우' 작가인 존 올로프가 광고 대본을 쓰는 데 참여했다.

링컨프로젝트의 대표작은 5월 4일 공개한 "미국의 애도(Mourning in America)"다. 유튜브 조회 수 277만건이 넘는다. 트럼프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1984년 재선 캠페인 광고 "미국의 아침(Morning in America)"을 패러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던 바이러스에 의해 6만명 이상 미국인이 숨졌다"며 "이런 4년이 더 계속된다면 미국이 남아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광고엔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튿날 새벽 1시 연속으로 4개의 트윗을 통해 "12년 전, 8년 전 형편없이 패배한 데 이어 4년 전엔 정치를 처음 한 내게 심하게 얻어맞았던 무늬만 공화당원들이자 루저들"이라며 "이들의 소위 링컨 프로젝트는 '정직한 에이브'에겐 수치"라고 비난했다. "켈리언(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 미친 루저, 둥근 얼굴 남편에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정말 끔찍한 짓임이 틀림없다"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트럼프의 저격에 친(親)트럼프 단체인 '성장을 위한 클럽'이 30일 링컨프로젝트를 겨냥한 맞불 TV 광고를 내기도 했다. "링컨 프로젝트는 단순히 트럼프만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당신을 미워한다"며 일부 창립자가 트럼프 지지자를 "멍청이"라고 조롱한 영상을 담았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을 지지해 한탕을 노린 민주당의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전통 공화당 지지층 이탈을 목표로 하는 링컨프로젝트를 겨냥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미국 보수 정치활동위원회(PAC) '성장을 위한 클럽'이 지난달 30일 링컨프로젝트 창립자들(왼쪽부터 릭 윌슨, 제니퍼 혼, 스티브 슈미트, 마이크 마드리드)을 비난하는 광고의 한 장면. [성장을 위한 클럽 유튜브]







실제 링컨프로젝트 '저격' 광고 효과가 트럼프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 가운데 86%가 올해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다시 찍겠다고 했고, 6%는 트럼프를 지지하진 않지만, 다시 찍을 가능성은 일부 있다고 했다. 오직 6%만 다시 찍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반(反) 트럼프와 민주당 진영만 이들의 광고에 열광하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