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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 칼럼] 러시아 열풍과 핵무기

[몽고메리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09 14:54

현 정부가 효과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는 뉴스에 정신이 버쩍든다. 오바마 정부의 지구상 핵무기 줄이기 정책과 방향을 바꾸는 변화에 놀라 커피잔을 들고 축축하게 젖은 밖의 세상을 바라본다. 구식무기들을 신식으로 바꿔야하는 정세에서 누구를 탓하나. 흐릿한 밖의 정경처럼 나를 둘러싼 불투명한 세상의 정황에 어지럽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바꿀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석상처럼 선 나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이다.

미국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각자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전분야에 걸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대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당연하다. 마침 세 대국의 지도자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잖아도 새해초부터 러시아와 중국의 정황을 공부하면서 머리가 뻐근했다. 나의 일상이 세상의 불화와 마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 안타깝다. 물론 군인이었던 경력 탓으로 시사에 관심이 많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에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자고 욕심을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혈압을 올리고 있다.

미국외교협회에서 2018년 미국의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선정한 세계 8대 주요 이슈에 대한 ‘위대한 결정’ 공부를 올해도 계속한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강의를 받은 날 저녁에는 앨라배마 세계정세협회의 모임에서 구소련에서 마지막 공식적 미국대사였던 Jack Matlock대사의 강연을 들었다. 88세인 매트록대사는 러시아 전문가다. 그가 미국대사로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해체된 과정을 지켜본 체험은 생생한 시대의 증언이었다. 그날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한 러시아의 무게에 완전히 짓눌린 날이었다.

소련이 15개국으로 분리되고 새로 설립된 러시아가 자유민주화를 추구하며 겪은 도전들과 나름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대하드라마로 추리소설같은 긴박감으로 흥미진진하다. 수퍼 파워였던 소련제국은 미국과의 냉전에서 패배했지만 독립국인 러시아는 패배하지 않았다는 역설도 재미있다. 과거의 명성을 찾아 글로벌 파워로 군림하겠다는 푸틴대통령의 야심은 서방사회를 혼란에 몰아넣는다. 지난 10년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온갖 IT 매체를 다 활용해서 대대적으로 벌이는 사이버 선전은 갈수록 강력한 무기다. 더구나 문어발같은 ‘Kremlin Troll’ 사이버조직은 치밀하게 허위정보를 유포해서 의도적으로 진실을 흐린다.

러시아가 새롭게 보강시킨 능력을 자랑하고 따로 독립된 나라에 살더라도 러시안 종족을 자국민으로 보호하겠다는 정책 또한 주변국들에게 위협을 준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미워도 당신’ 화합을 강조한 매트록대사의 관점을 들으며 내 속에서 야릇한 무엇이 꿈틀거렸다. 매트록대사는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에 푹 빠져서 러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1956년 소련의 문호가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를 더 잘 알 기회를 가지는 유일한 방안으로 외교관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소망대로 모스코바의 미국대사관에 근무했다. 그는 35년 외교관생활중 여러 직책들과 대사직까지 모스코바에서 4번이나 근무하며 완전한 러시아 전문가가 됐다. 그의 러시아 사랑은 자손들에 이어져서 러시아 여자와 결혼한 그의 아들도 현재 모스코바에 있는 러시아 은행에서 근무하고 손주들과 모스코바에 산다.

문학작품으로 러시안 사랑에 빠져 러시아의 모든 것을 터득한 지식으로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의 화해를 위해서 활약했던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좋아한 분야에 집중해서 평생 꾸준히 한 우물을 판 그의 집념은 질투나도록 부러웠다. 나도 그처럼 독일 문학작품 탓에 독일 사랑에 빠져서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다. 하지만 미치도록 좋아했던 독일어 공부를 중단하고 미국 와서 영어 공부하며 생활인이 됐다. 그러는 사이 나의 꿈은 사라졌고 독일 사랑도 식어버렸다. 그때 독일에 가서 억척스럽게 공부를 계속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지말고 과거는 잊자고 나를 달래며 산다.

다음주에 사순절을 맞는다.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락가락 살다가도 이때가 되면 가슴이 무겁다. 오늘은 록 그룹 캔사스가 1977년에 발표해서 큰 히트를 친 ‘Dust in the wind’ 노래를 생각한다. 끝없는 바다에 물방울 하나같고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같은 인생, 하늘과 땅 밖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집착하지 말라며 창세기 성경구절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상기시키는 가사가 인간이 창조한 핵무기에 가지는 불안을 잠시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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