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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사색] 성탄 트리에 걸린 편지

장석민 목사
(빛과사랑교회 담임 / 허드슨테일러 대학교 기독교 윤리학 교수)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성탄절 기간이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나신 날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성탄절엔 가족들끼리 모여 가족애를 나누고, 친구들과도 모여 우정을 나눌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서로 안부를 전하고 사랑도 나눈다. 성탄절 기간엔 갈등이나 투쟁을 멈추어 잠시나마 화평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지금은 좀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한때 크리스마스이브 때면 서울의 명동성당이 있는 명동 일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로 북적였다. 술집, 김밥/우동집, 커피숍, 영화관 등은 사람들로 붐볐다. 예배나 미사 드리러 온 것이 아닌 그냥 분위기를 즐겨보고자 나온 사람들이다. 의미도 모른 채 시끌벅적하니 기독교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서도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지내도록 선도하는 구호가 나오기까지 했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희생적 죽음의 서막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헤롯의 칼날에 직면해야 했고, 여러 차례 살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예수 자신은 고통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될 것을 예언하며 살았고, 궁극에 가서는 그렇게 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그러한 예수님의 삶은 인간을 향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 사랑의 진면목을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가 있다. ‘침묵’(Silence)이다. 그 영화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장면을 볼 수 있다. ‘침묵’은 일본의 가톨릭 신자로서 크리스천 문학가인 엔도 수샤쿠가 썼고, 이를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제일 존경한다는 미국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감독을 맡아 제작했다. 중심 내용은 인간이 고통을 당하는데 왜 신은 침묵하고 계시는가를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는 영화다.



영화에는 1638년을 전후하여,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들이 일본에 선교를 갔는데, 대부분이 일본 관리들의 포교금지 압박을 견디지 못해 배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어느 정도까지 가톨릭 포교를 금지하였는가 하면, 십자가 형틀을 만들어 놓고 크리스천들을 매달아 죽이기도 했고, 파도가 센 바닷가에 십자가를 세워 파도치는 물살에 의해 죽게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참수하기까지 했다.

그런 시절에 포르투갈 예수회에서 파견한 로드리고 신부(앤드루 가필드)도 일본으로 가서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일본 관리에게 붙잡혀 배교를 강요당한다. 배교의 방법은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을 밟는 것이다. 믿음을 지켜 죽느냐, 아니면 지키지 않아 사느냐 하는 시험은 예수상이 새겨진 동판을 발로 밟느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주인공 로드리고 신부는 사제로서 붙잡혀 예수상동판 앞에 서게 된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순간이다. 고통스러운 고민이 그의 정신을 휘 감싸고 있어 괴로워하고 있을 때, 예수님이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 들린다. “밟아라. 밟아도 괜찮다. 나는 세상 인간들의 고민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왔다. 나를 밟고 네가 평안을 얻어라.” 예수님은 자신을 모욕하고 배신하는 자들에게도 사랑을 베푸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는 예수 얼굴 동판을 발로 밟는다. 발로 밟는 순간, 그리스도를 모욕, 배신했다는 것과 자신의 연약한 신앙에 대한 자괴감이 들어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대고 울어버리고 만다. 마치 스승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말이다. 하지만 짓밟힌 순간에 예수님은 온화하게 포용하시는 듯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가. 삶의 갈등, 얼어붙은 마음, 코로나로 가족을 잃거나, 직장과 사업 터를 잃어 마음 아파하고, 없어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의 무거운 짐을 지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향해 말씀하신다. “너희들의 삶의 고통 짐, 내게 내려놓아라. 나는 세상 인간들의 고통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왔다. 고통의 짐을 내게 내려놓고 평안을 얻으라.”

올해는 정말 무거움이 짓누르는 성탄절 분위기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기에 조심성이 앞서고, 그래서 더욱 움츠러든 마음을 갖게 된다. 어차피 인간은 그런 삶의 짐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스도만 할 수 있다. 힘든 짐은 예수께 맡기자. 예수께서 그 짐을 대신 지기 위하여 오셨다 하지 않는가. 우리가 할 일은 대신 짐을 져 주신 예수님께 감사하고,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고, 고백하고, 널리 증거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탄절에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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