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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경쟁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년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한국은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다가 3위로 마무리해서 다소 실망도 있지만, 종합 순위보다는 축구와 야구 결승에서 맞붙은 한일 결승전 두 시합에서 일본을 격파한 쾌거로 종합 순위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다. 일본에는 이겨야 한다는 것이 한국민의 지상명제가 된 지는 오래고 승패와 메달을 놓고 다투는 스포츠 경기는 경쟁 사회의 축소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경쟁 속에 산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출세경쟁 심지어 아파트 청약경쟁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경쟁심리의 소산이다. 브랜드 네임, 명품이라면 무턱대고 좇는 세태는 나를 뽐내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욕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기 생각보다는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 한편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측면에서 보면 시장경제에서 경쟁 없이는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회 전체의 부(富)를 증대할 수 없다고 하니 경쟁은 자본주의 체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니 아득한 옛일이다. 교내 가을 운동회에 전교가 청백으로 나뉘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할 때였다. 나는 청군이었다. 단거리경주에서 한 여남은 명이 출발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내 앞에는 분명히 한 명밖에 없었다. 2등이다. 1등에서 3등까지는 입상자로 상을 주기 위해 1,2,3이라고 쓰인 깃발 뒤로 데려간다. 결승선 심판의 착각으로 내 뒤에 들어온 애가 입상자가 되고 나는 열외 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승선 근처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내달으셨다. 어머님의 항의로 나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숫기가 없는 나는 공연히 머쓱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모르긴 해도 경쟁에 대한 내 거부감은 이때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말이 나왔으니 100m 단거리 경주를 보자. 100m 경주는 육상 경기의 꽃이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간은 100m 경주에서 결판난다. 현재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Usain Bolt)가 그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이 부문 세계 최고 기록보유자이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라 불린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100m 달리기에서는 세계 정상권의 선수들은 100분의 1초를 다툰다. 맨눈으로는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는지 가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최첨단 전자 장비를 이용하여 등위를 가리게 된다.



201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뛴 9명 중에서 우승자 우사인 볼트(9.79)와 2위를 한 미국 선수 저스틴 개틀린(9.80)과의 차이가 0.01초인 것을 보면 그 경쟁의 치열함을 알 수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트랙결승선에 2천분의 1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진 판독기가 쓰인다. 이런 전자 장비는 육상 경기뿐 아니라 수영, 자전거, 스케이팅 등 맨눈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에도 쓰인다. 100분의 1초는 하늘과 땅만큼의 엄청난 차이가 되어 환호작약하는 승자, 절치부심하는 패자가 생긴다. 영겁의 시간 속에 인간의 한평생조차 찰나에 불과하건만 1초의 100분의 1로 우열, 승패를 가름함은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갈파한 노자에 의하면 경쟁은 자연 질서에 반해서 타자를 딛고서 자신을 세우고자 하는 이기주의이며 불필요한 악이다. 남이 무어라고 하던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면 경쟁할 일이 없다(If you’re able to be yourself, then you have no competition.)”라는 영어 격언도 있다. 세상 누구에게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난 사람도 있다. 개별적 차이와 특수성들이 상호 조화하여 상생하게 되어 있는 것이 천지자연의 자연스러움이다. 여기에 억지스러운 조작을 가하게 되면 경쟁과 갈등에 이르게 되고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노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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