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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

미션아가페와 노숙자 돕는 대니 데이비스씨
애팔래치안 트레일 2200마일 걷는 종주 마쳐
종주 사진 올려 노숙자 후원금도 9천불 모금

“산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지난 3월 31일 조지아주 스프링거 마운틴을 시작으로 애틀래치안 트레일 종주를 떠난 미션아가페의 대니 데이비스(65)가 19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6개월 7일이 걸렸고, 무려 2200마일을 걸었다.

데이비스씨는 최근 메인 주 중부에 있는 카타딘 마운틴을 끝으로 종주에 성공했다. 애팔래치안 종주는 연간 300만명이 도전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500여명에 불과한 어려운 코스다.

그는 18일 미션아가페가 둘루스 카페 로뎀에서 개최한 환영행사에 참석,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라면서 “2000마일을 걷고 난 뒤 200마일이 남았을 때 죽을 것처럼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마다 매일 나를 응원해 준 하늘에 있는 아내로부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6700마일의 ‘코스트 투 코스트’ 대장정을 다녀온그는 왜 또 수 천 마일을 걷는 도전을 택했을까. 바로 아내 이희분 씨를 기억하고, 그가 생전에 힘을 쏟았던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씨에 따르면 3년 전 세상을 떠난 이씨는 일반적인 수술을 하러 병원에 들렀다가 의료진의 실수로 3일 만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하루 아침에 누군가의 실수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당시 의료진을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리 털어내려고 해도 털어지지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주를 하는 동안에도 이 생각이 계속 올라오더라. 토해내고 토해내도 쉽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아내가 늘 함께했다. 용기를 준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장정 가운데 그는 무엇을 배웠을까. 데이비스씨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을 매일 생각했다. 40년 전에 알았어야 했던 것들을 이제서야 생각해본 것 같다”며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떠올랐다. 산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보다 더욱 아름다웠던 것은 트레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나눈 우정,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미움을 털어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는 그의 말이 가슴을 쳤다.

그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정 가운데 세상의 아름다움, 교제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삶의 어떤 여정 가운데 있든지 이를 즐겁게 여기고, 주변의 사람들과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번 종주에서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번 여정은 걷는데 그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와 웹사이트 등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9000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 후원금은 미션아가페의 노숙자 사역을 돕는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

데이비스씨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꾸냐는 질문에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 생각이다. 아내가 돕고 싶어했던 노숙자들을 먹이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기술 교육을 받아서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도전을 그치지 않는 그는 진정한 ‘젊은이’였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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