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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퍼즐 피스로 찾는 행복

영 그레이, 앨라배마 거주 수필가

퍼즐의 피스를 맞추다가 멈췄다. 1500 피스로 산산조각이 난 오스트리아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 는 온통 금빛 물결로 출렁인다. 모자이크 하듯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중심을 잡아주니 황금빛 화려한 의상을 두른 남녀가 눈을 어지럽힌다. 강하고 부드럽고, 화관을 두르고 야생화 꽃밭에서 서로 꽉 붙어 멈추어 있는 연인들이다.

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리아 여행중에 본 원화는 그저 유명한 그림이라 봤다. 그때 어떤 감명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모사품이고 더구나 퍼즐로 조각난 그림을 맞추면서 나는 작품을 감상한다. 광채를 뿜는 사각형 무늬의 각이 진 남자 옷과 둥근 동선의 여자 옷을 하나로 부드럽게 엮은 후, 두 사람이 부와 명예를 가진 연인들인지 아니면 강한 남자에게 위압당한 약한 여인의 무저항 체념인가 궁금하다.눈을 꼭 감고 입을 다문 여인의 창백한 얼굴에서 시선이 떼어지지 않는다.

좋은 그림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 는 속담이 무색하게 어쩌면 펜보다 강한 것이 붓 인양 즉각 깊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고대 벽화에서 인류의 흔적을 추적했다면 미술관에 시대별로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서 당시 상황에 생명을 준 창의성이 뛰어났던 화가들을 만나고 옛 사회상을 본다. 특히 종교적인 스토리를 담은 그림 앞에 서면 혼신의 열정을 기울인 화가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 했음을 느낀다. 그렇듯 반추상적 ‘키스’ 그림에서 남녀를 금빛 망토로 보호해서 보는 사람의 감각을 자극한 클림트의 의도를 가늠해본다.

연인들을 둘러싼 빛을 품은 브라운 색채가 몰입감을 높여줘서 따스한 노란빛이 강렬하게 튀어나와 삼차원의 세계로 나를 휘감는다. 그러나 바탕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림에서 얻는 느낌인 숲은 보지않고 나무에 집중해도 비슷비슷한 색깔과 모양이라 혼돈스럽다. 한 조각이 제자리에 놓이지 않으면 다른 조각들이 휘청거려서 잘못 끼운 조각을 찾아 떼어내고 다시 시작하기를 거듭한다. 순리를 따라야 하는 과정을 지키며 좋은 예술 작품이 주는 화사한 감상에 행복해서 서둘러 퍼즐을 마치고 싶지 않다.



그동안 명교수의 명강의를 들으면서 눈과 손이 심심해서 시작한 직소 퍼즐이 이제는 주객이 전도됐다. 천연의 절경과 세계 명화 퍼즐 탓이다. 이번에도 강의를 들으면서 배우는 지식이 도무지 내 것이 되지 않고 허공에 사라져서 다시 듣는다. 런던대학의 앤드류 조지 교수가 하버드대학에 와서 ‘길가메쉬 서사시’ 특별강의를 했다. 그는 고대 페르시아인들의 문명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아시리하학 전문가다.

19세기부터 옛 바빌로니아 지역 여러 곳에서 출토된 수 많은 점토판 조각들에 기록된 수메르어를 대영박물관에서 어렵게 조각을 맞추고 재구성해서 해독했다. 아직 정리하고 해독할 출토품이 여러 나라의 박물관에 쌓여 있지만 현존하는 226개 소스를 통해서 밝혀진 스토리는 4천 년 전 우르크의 왕인 길가메쉬의 행적이다. 현재 세상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서사시다. 신과 인간, 사랑과 우정, 그리고 영생을 위해 온갖 퀘스트를 치루고서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 길가메쉬를 통해서 개인보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린다. 지혜롭게 죽음을 받아들인 그의 스토리를 점토판에 적어 불멸의 생명력을 줬다.

올 가을은 특히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영웅들의 스토리에 푹 빠진다. 태초에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인 가이아가 교합해서 12 남매를 낳았다. 워낙 거인들이라 타이탄스 신이라 불리는 1세대 신들 중의 한 사람인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정기를 뺏은 후 형제들 위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했다. 그러나 크라노스의 여섯 자손들이 제우스를 중심으로 뭉쳐서 타이탄스 신들을 물리치고 세대교체를 했다. 제우스는 올림푸스 산에 신전을 짓고 남매들과 온갖 신력을 나누어서 함께 세상을 지배한다. 이들 올림푸스 신들이 제각기 벌인 흥미진진한 행위는 인류 문화의 시발점이다. 신들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미움에 질투와 복수가 질펀한 스토리들은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길가메쉬 서사시와 그리스 신화는 나의 의식을 깨운다. 혼돈스런 사회에서 도피하느라 퍼즐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세계 문명사를 공부하는 단순한 일상을 가진 나의 여유를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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