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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칼럼]행복의 공식

새 안경을 맞추려고 안경원에 갔다. 내 얼굴형에 어울리는 안경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집었더니, 하필이면 유명브랜드, 가격이 만만하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내게 안경사가 다른 안경테를 추천했지만, 결국 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의 안경테를 선택했다. 얼마 전 남편도 새 안경이 필요하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였다. 내가 명품 안경을 쓴 셈 치고, 남편에게도 새 안경을 하나 해 주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서 기쁨을 얻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나는 참 행복하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자랐다. 그런 탓이었는지,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면 정말 행복할까, 라는 의구심조차 가진 적 없었다. 내 역할에 맞게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 큰 행복이 나를 감싸주리라 믿었다.

그 환상 속에서 ‘행복한 미래’라고 불렸던 ‘지금’의 내 삶은 과거에 상상했던 행복의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남 앞에서 어깨를 으쓱거릴 만큼 쌓아둔 재물도 없거니와, 그것을 대신할 만큼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를 누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자신감이 너무 확고해서 ‘가끔 자격지심을 감추려는 허세는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기도 했었다. 유튜브에서 모 가댓 (Mo Gawdat)이 강의한 동영상을 보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모 가댓은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연구조직인 구글X의 수장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이 십 대에 이미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최고급 차 롤스로이스를 한꺼번에 두 대를 살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로웠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9년 동안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모든 순간을 기록했고, 12년 동안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행복을 풀다’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모 가댓이 말하는 행복의 공식 중에 ‘초기화’라는 말이 있다. 초기화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다가 오류가 생기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할 때, 기기에 저장되었던 모든 내용을 삭제시켜서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았던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사람도 태어나는 초기 상태는 행복이지만, 자라면서 생기는 욕구가 사람의 뇌를 과부하 시켜서 고통과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불행을 지울 수 있을까. 모 가댓의 행복의 공식에 의하면 대답은 ‘예스!’다. 사람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뇌의 맹점이다. 슬픈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여러 숫자를 보여주고 합을 내라고 하면, 슬픈 생각이 사라지는 데는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초 정도이다. 맞는 말이다. 오래전 내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경험했었다. 항암제 부작용의 심한 고통으로 초주검이 돼서 신음하고 있다가도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에는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었다.

“아들 알리가 죽은 뒤 오히려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가 떠난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알리가 이 세상에서 함께했던 시간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생때같은 자식을 의료사고로 앞서 보낸 아버지 모 가댓이 알려준 ‘행복의 공식’이다.

불행에 머무르고 싶은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행복의 공식 해답은 오직 내 생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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