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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인디언 보호 구역은 인종 감옥인가

한국은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그런데 일본이 한반도를 삼킬 때 1910년 갑자기 집어삼킨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야금야금 침략의 손을 뻗었다. 한반도를 송두리째 삼키기 5년 전인 1905년에 일본은 을사늑약(불평등 조약이라는 뜻)을 통해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국의 외교권과 국방권을 빼앗으며 미리 악마의 손을 뻗을 기초를 다졌다. 그런데 일본은 일사늑약을 ‘을사 보호조약’이라고 부른다. 다른 외국에 침략당하지 않게 보호해 주겠다는 말장난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예전 한국 역사책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의도의 말이 미국에도 있다 ‘인디언 보호구역’이 그것이다. 영어로는 ‘Indian Reservation Area’라고 하는데, 한국말로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부른다. 인디언들이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정말로 보호를 받고 있을까.

미국의 원주민을 우리는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을 ‘인도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디언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원주민의 땅에 영국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리고 그 식민지 신세를 벗어나 독립한 것이 바로 미국이다. 영국이나 미국 모두 원주민과 함께 살려고 하지 않았다. 살기 좋거나 자원이 풍부한 땅에서는 우선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특히 미국의 독립이후 인디언을 몰아내는 것이 심했다.

미국은 1785년 조지아주에 사는 체로키 인디언들과 호프웰(Hopewell)이라는 조약을 체결하고 대부분의 인디언 땅을 빼앗고, 산악지대 일부에 체로키 인디언이 살도록 구역을 한정해 주고 어느 정도 자치권도 주었다. 그러자 조지아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은 점차 체로키 구역으로 모두 옮겨가서 살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에 대표를 파견하고 그 대표를 통해 예전에 빼앗긴 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땅을 돌려 주기는커녕 예전에 주었던 자치권도 뺐어 버리고는 모든 인디언은 당시의 미국 서부지역의 땅을 대신 줄 테니까 그리로 옮겨갈 것을 요구했다.

이런 조치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절 1830년에 만들어진 인디언 제거법(Indian Removal At)이다. 이 법에 따라 동쪽에 살던 인디언들은 태어난 터전에서 무더기로 쫓겨 낯선 땅인 서쪽으로 옮겨 갔다. 조지아에서 오클라호마까지 걸어서 쫓겨가면서 절반의 인디언들은 죽었다고 한다. 이것을 훗날 눈물의 여정(Trail of Tears)이라고 부른다. 앨라배마의 크리크 족과 플로리다의 세미놀 족은 서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거부했다가 모두 몰살하다시피 했다.



미국 정부는 서부 땅을 백인들에게 계속 나누어 주다 보니 땅이 모자라 인디언들에게 주었던 땅도 몰수해야 했다. 결국 1859년 미국 정부는 소위 인디언 토지 전용법’(Indian Appropriation Act)을 만들어 서부의 광활한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고 대신 불모지의 좁은 땅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동시에 모든 인디언은 정부의 허가 없이는 보호구역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인디언 전통의상을 착용하지 말 것, 사냥을 하지 말고 농사를 지을 것과 전통적인 미신을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였다. 척박한 땅에서 농사만 지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굶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 정부는 1887년 도스 단독 토지 보유법(Daws Severalty Act)라는 법을 만들어 인디언 구역을 더욱 여러 개로 쪼개서 놓았다. 여러 보호구역을 전국에 분산시켜 섬처럼 만들어 놓아 단체행동을 못하게 했다. 표면적인 목적과 이유는 인디언들이 백인 사회에 동화하도록 유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의 결과로 인디언 사회는 더욱 피폐해지고 말았다.

20세기에 와서는 미국인들이 과거의 인디언 정책이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했는지 1934년에는 인디언 재조직법(Indian Reorganization Act)을 만들어 대부분 제약을 완화했다. 전통문화를 유지하게 한다든가, 자체적으로 헌법을 만들도록 하고 연방 정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정책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카지노 도박장이 많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567개의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 구역이 있다.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진 조건 아래서 인디언들은 살아가기는 하지만, 희망 없이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삶의 현주소는 여전한 것 같다. 그야말로 감옥 아닌 감옥에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땅의 주인이 자신들의 땅에서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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