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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아메리카와 효자 작물 고구마

용모가 울퉁불퉁한 사람을 한때 ‘고구마’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뿌리가 덩어리로 커져서 생긴 고구마 덩이는 사실 미끈한 용모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고구마를 매일 먹으면 여러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며, 특히 미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하니 미모에는 도움을 주나 보다. 더구나 고구마에는 비타민 B, C, D, 각종 항산화 물질, 철분, 마그네슘, 칼륨 등이 풍부해서 미국 NASA(항공우주국)가 우주 식량자원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런 고구마가 아메리카를 원산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다소 자랑스럽다고 하겠다.

우리말에서 ‘고구마’라는 낱말은 일본말의 ‘효자마’가 그대로 전해져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일본에서는 고구마가 기근을 해결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기에 효자 노릇을 한다는 뜻도 되겠고, 굶고 있는 부모에게 고구마를 주어 봉양했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도 추측된다. 원래 한국에서는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불렀다. 달콤한 뿌리 식물이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감자가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 전해지면서 감자와 고구마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여 감자도 ‘감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중에는 감자와 고구마가 서로 다른 작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고구마는 ‘감저’라는 이름을 지금의 감자에 물려 주고 고구마 스스로는 일본어의 ‘효자마’(孝子麻)라는 말에서 전래한 새로운 낱말인 ‘고구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서양어에서도 영어의 고구마가 원래 ‘Batata’라는 아메리카 원주민 말에서 유래된 ‘Potato’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감자에 ‘Potato’라는 이름을 물려 준 후 고구마는 스스로 ‘Sweet Potato’라는 곁방살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동양과 서양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은 우연일까?

이렇듯 고구마와 감자는 비슷한 작물로 보이지만, 사실 전혀 다른 작물이다. 고구마는 뿌리의 일부가 발달한 덩이뿌리를 우리는 먹지만, 감자는 줄기의 일부가 발달한 덩이줄기를 먹는 것으로 봐서, 근본이 서로 다르다. 고구마와 감자는 번식시키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즉 번식하는 데에 있어서 감자는 감자 톨을 여러 개로 쪼개서 땅에 다시 심어서 번식시키지만, 고구마는 고구마 순이라고 부르는 고구마 줄기를 잘라서 땅에 심으면서 번식시킨다. 그리고 생태적으로 보면 감자는 가지나 토마토의 친척이지만, 고구마는 나팔꽃과 친척인 것을 보면 감자와 고구마는 전혀 다른 작물이다. 따라서 맛에서도 서로 전혀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감자는 주로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담백한 맛을 주지만, 고구마는 당분과 섬유소가 많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혹은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부근으로 추정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항로를 발견하면서 아메리카로부터 세계 전역에 퍼지게 된 것이 정설이다. 고구마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전해진 경위는 세계 일주 항해를 처음으로 성공한 마젤란 일행이 필리핀에 전해진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에 대만, 오키나와에 전해져 재배되던 것을 일본인들이 일본 본토에 들여와 재배하고 있던 것을 1763년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조엄이라는 사람이 한국에 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기근을 해결하는 데에 많이 기여하여 인류에 큰 도움을 준 작물이다. 그야말로 구황작물이다. 고구마는 병충해에 강하고 아주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수확성도 아주 좋다. 더구나 고구마와 감자는 너무 기름진 땅에서는 덩이뿌리를 생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구마는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 주로 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구마의 생산량이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고구마도 감자처럼 생산성이 좋아 굶주린 인류의 재를 채워주는 데 많이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고구마는 감자에 비교하면 맛이 강하기 때문에 주식으로의 역할을 감자에 양보하고 현대에 와서는 기호 식품으로 인류에 주로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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