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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미국 축구의 역사

같은 영어 단어를 가지고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풋볼(Football)이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풋볼을  우리말의 ‘축구’라고 인식하지만, 미국인들은 ‘미식축구’로 이해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풋볼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미국인지 아닌지 먼저 살펴봐야 할 판이다. 하여튼 미국 사람이 풋볼l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틀림없이 미식축구를 뜻한다고 무조건 믿어도 된다. 미식축구는 그만큼 미국 사람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미국의 어느 사교 모임에서도 사람들의 대화에는 으레 미식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주제로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인의 미식축구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식축구의 부모는 럭비이고, 럭비의 부모는 축구이다. 다시 말하면, 축구에서 파생한 것이 럭비이고, 럭비가 변형되어 미식축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발로만 하는 구기 종목인 축구 경기의 원형은 고대에도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지만, 현대적 의미의 축구는 19세기에 영국에서 확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화된 규칙 없이 행해지던 축구 경기가 공식적인 규칙을 갖게 된 것이 1863년이다. 축구 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신체 부위는 다 사용할 수 있지만, 손과 팔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골키퍼는 예외이다.

반면에 럭비는 발로 공을 찰 수도 있고, 공을 품에 안고 달릴 수도 있다. 럭비가 생기게 된 연유에 대한 설이 여럿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에 의하면 럭비(Rugby)라는 학교의 축구 선수가 어떤 축구 경기에서 공을 품에 안고 달리는 장난기를 보였는데, 이것이 발단되어 럭비가 탄생했다고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설에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관계로 나중에 누가 지어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손과 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축구의 규칙에 반발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럭비 경기가 나타났다고 보기도 한다. 축구의 공과는 다르게 럭비의 공은 타원형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쉽게 공을 품에 안고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공이 타원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럭비공은 땅에서 축구공만큼 잘 구르지 않아서 럭비공을 땅 위로 발로 계속 드리블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므로 럭비 경기에서는 공을 품에 안고 달리거나 간혹 멀리 보내기 위해 발로 공을 한번 차는 정도가 고작이다. 럭비공이 타원으로 되어 있는 또 하나의 결과로 럭비공이 땅에 떨어지면 일정한 방향으로 튕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무슨 일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때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라는 관용구를 자주 쓴다.



이 럭비 경기가 미국에 건너와서 변형되어 발달한 것이 바로 미식축구이다. 미식축구가 미국에서 생기면서, 미국인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 축구에는 관심을 전혀 두지 않은 관계로 미국에서 미국인들은 보통 축구의 존재를 무시하다시피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풋볼이라는 말은 ‘아메리칸 풋볼(American Football)’ 문자 그대로 ‘미식축구’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바람에 우리가 보통 말하는 축구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그 것이 바로 ‘사커(Soccer)’이다. ‘Soccer’는 ‘Association’이라는 단어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마도 조기축구회처럼 친선으로 하는 경기가 소규모 단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데서 온 단어인 것으로 추측된다.

미식축구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성을 잘 나타내는 경기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미식축구 경기의 기본 개념은 서로 땅을 뺏고 뺏기는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즉, 미국이 역사적으로 영토를 넓혀 온 것을 보면 미식축구와 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미식축구의 경기 기본 규칙을 보면, 한쪽 진영에서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옮겨 가서 상대 엔드라인을 넘어서면 큰 점수인 6점을 얻는 경기이다. 이렇게 전진하는 과정에서 공격하는 측에서는 공을 가지고 적의 진영을 전투하듯이 돌파하고, 수비하는 측에서는 선수들이 몸으로 블록을 짜서 공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네 번의 공격 시도에서 10야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바로 전쟁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땅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전쟁도 결국은 상대방의 땅을 빼앗아 항복을 받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니까 말이다. 미국의 영토가  역사적으로 전쟁을 통해 팽창한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고개가 끄떡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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