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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쓴 마스크, 쓰면 맞았다…아시안에 더 가혹한 코로나

오리건주 링컨 카운티에선
"유색인종 마스크 안써도 돼"
마스크 쓴 흑인, 범죄자 편견
아시안은 “바이러스”라며 공격

마스크 딜레마 
미국내 코로나19가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안 등 소수계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아시안을 비롯한 소수계 인종들의 모습. AP

마스크 딜레마 미국내 코로나19가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안 등 소수계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아시안을 비롯한 소수계 인종들의 모습. AP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하면서 미국내 마스크 착용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리건 주 일부 지역은 유색인종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최근 CNN에 따르면 오리건 주 링컨 카운티는 실내·실외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people of color)에게는 앞으로 이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는 마스크를 쓴 유색인종이 범죄자로 오해받거나, 인종차별적 비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오리건 주 링컨 카운티 관계자는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걱정하는 유색인종 주민에겐 마스크를 꼭 쓰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링컨 카운티는 특정 인종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한 첫 마을이 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주민 5만 명이 사는 이곳은 백인 비율이 90%에 달한다.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계 등 유색인종은 10%에 불과하다.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모든 미국인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을 때, 상당수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인들이 곤혹스러워했다. 백인은 마스크를 써도 아무 오해도 받지 않지만, 마스크를 쓴 흑인·히스패닉은 강도 등 범죄자로 여기는 인식 탓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시카고에서 한 흑인 주 하원의원이 마스크를 쓰고 매장을 찾았다가 불심검문을 당했다. 민주당 소속 캠 버크너 하원의원도 마스크를 쓴 운동복 차림으로 쇼핑을 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아시안 아메리칸은 다른 이유로 마스크 착용이 껄끄러웠다.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코로나19 환자로 오해를 받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계를 향해 “당신들이 코로나를 옮겼다”며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 ‘쿵 플루(쿵푸와 플루의 합성어)’로 지칭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비단 중국계뿐 아니라 외모가 비슷한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달 시애틀에서는 동양계 남녀가 손을 잡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다가 백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는 “코로나는 당신들 잘못”이라고 소리 지르며 남성의 얼굴을 밀치고 위협하다가 침을 뱉고 도망갔다.

비단 마스크 문제 뿐 아니라 코로나19는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미 공공미디어 연구소는 흑인의 코로나 19 사망률이 백인이나 아시아계의 사망률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열악한 주거, 근로 환경이 이런 차이를 빚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니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에서 일하는 레니카 무어 국장(인종 정의 담당)은 “흑인에겐 (마스크를 쓰거나 안 쓰거나) 어떤 방향이든 ‘루즈-루즈(lose-lose)’ 시나리오가 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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