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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상반된 관점의 조화

어떤 글을 읽다가 멈췄다. ‘꽃과 열매’의 차이를 설명한 글이 마치 나 자신에게 주는 질문 같았다. 아름답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한 씨가 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 나름이다. 꽃과 열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살면서 빈번히 가지는 갈등의 하나다.

몇 년 전부터 런던에 본부를 둔 ‘Intelligence Squared’ 미디어 기업에서 제작한 토론을 그 기업의 웹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서 즐겨 본다. 2002년 런던에서 창립된 이 미디어 기업은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두고 지역 환경에 적절한 주제로 토론장을 마련한다. 주로 정치경제, 외교정책, 과학기술, 역사와 사회정책, 그리고 예술과 문화에 걸친 흥미롭거나 관심사인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고 세계적 명성의 석학이나 정치가, 종교인, 칼럼니스트 등을 등장시킨다. 토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쳐 청중을 설득시키려 노력한다. 상반되는 지식과 관점이 불꽃 튀는 맹렬한 토론장은 그야말로 언어의 전쟁터다. 그리고 낯익은 전문가들이 박학한 지식과 유머가 넘치는 표현으로 풀어주는 해석을 듣다 보면 딱딱한 주제도 흥미롭다.

정치가들과 사회정의 활동가들이 가진 나와 다른 견해는 신선하다. 내가 사전에 어떤 의견을 가졌던 박학다식한 토론자들의 상반된 관점을 합치면 토론이 끝났을 적에는 주제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얻고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이 아닌, 양쪽이 모두 중요함을 배운다. 마치 우리의 삶이 갈등과 선택의 이어짐과 같다. 내가 특히 즐기는 것은 종교와 문화 예술 분야 주제다. 어떤 토픽이든 시대적 환경과 역사적인 변천에 21세기의 상황을 엮어보면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의 분위기를 감사하게 한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중 어느 성서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비교한 것이나, 1813년 같은 해에 태어나 활약한 베르디와 바그너의 주옥같은 음악 비교,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존 밀턴이 영어권 문학에 끼친 영향 비교, 영국의 자랑인 여성 문학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교해서 토론한 것도 무척 재밌다. 토론자의 설명 중간에 배우들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토론자의 요점에 힘을 실어준다. 내 의견이 찬반 전문가의 견해에서 갈등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덕분에 작품에 가졌던 나의 이해가 깊어져서 좋다.



그처럼 상반된 주제로 갈등을 느낀 적이 있다. 오래전 선임하사관으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부대의 다른 선임하사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났다.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사병들 관리와 복지를 위한 정보를 교환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부상조했다. 절대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임무에 대한 토론을 벌일 적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회의를 하던 중이라 중심에서 좀 벗어난 대화들이 횡설수설 오가자 한 군인이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베이컨이냐? 아니면 계란인가?” 베이컨과 계란후라이가 든 비스킷을 먹던 모두 그에게 시선을 줬다.

솔직히 나는 베이컨과 계란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었다. 손에 든 음식을 보며 “나는 베이컨? 아님 계란?” 물으면서 상황에 따라 베이컨이 되거나 계란이 될 수 있지 했다. 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니 다른 군인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질문한 군인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모두를 죽 둘러보고 설명해줬다. 그가 물었던 것은 베이컨이나 계란이 아닌 군인들의 헌신(commitment)과참여(participation)이었다. 돼지는 죽어서 베이컨을 제공하고 닭은 죽지 않고도 계란을 제공하는 차이를 이해하니 언제 생명까지 내놓고 국가에 헌신해야 하는지 젊은 군인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 후 어떤 상황에 처하면 우습지만 나도 베이컨과 계란의 뜻을 자주 생각한다. 직장에서 일 할 적보다 결혼생활에서 남편의 협조가 부족한 자잘한 일로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적에 꽃과 열매의 철학적인 분석보다 베이컨과 계란을 더 가까이 생각한다. 보태서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헌신보다 빈약한 참여라 부끄럽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제한된 일상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지만, 머리와 가슴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새롭고 낯선 지식을 구해서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뭐든지 상반된 관점의 조화를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니 나의 편견이 무너지고 견해가 넓어진다.


영 그레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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