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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기분 좋은 가을 햇살

북쪽 도시들엔 눈과 추위가 왔다는 뉴스가 있지만, 10월과 11월, 애틀랜타의 공원이나 골프장 햇볕은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진다.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들로 벽을 이룬 공원길을 걸을 때, 찬란한 가을 햇살이 단풍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나뭇잎들이 길 위에 깔리고, 찬란한 햇빛이 그 위에 쏟아질 때 내 눈은 완전히 황금빛 속에 갇히고, 가을 햇살이 만든 황금빛에 연유한 독특한 행복한 기분이 내 속에서 샘물같이 솟는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노라면 몸이 더워지고, 어깨에 쏟아지는 햇살이 따끈하고 기분 좋다. 문득, 가수 존 덴버의 노래가 생각난다.

Sunshine on my shoulder makes me happy/ Sunshine in my eyes can make me cry / Sunshine on the water looks so lovely/ Sunshine almost always makes me high. (내 어깨에 햇살이 나를 행복하게 하네/ 눈에 빛나는 햇빛 나를 울리고/ 물 위에 반사되는 햇빛 사랑스럽네/ 햇빛은 언제나 내 기분을 올려주네.)

어깨를 따스하게 하고 볼에 닿는 늦가을 햇살이, 사랑하는 이의 부드러운 손길같이 유난스럽게 포근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혹시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을 감지한 내 속의 지혜가 약해지는 햇살을 아쉬워하고 고마워하는 감정 때문은 아닐까? 가을의 따스한 햇볕이 내 몸속에서 세로토닌 행복 호르몬을 몽글몽글 피워 올려 몸 전체로 퍼트리기 때문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 햇살도 아스팔트 위에선 찜통이지만 잔디밭에선 서늘하듯이, 그 많은 초록 나뭇잎들의 엽록소들이 늦가을에 사라지면서 햇빛 에너지를 더는 사용하지 않아 남은 온기가 늦가을 햇볕을 더 따스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가을과 겨울에는 특별히 햇볕을 몸에 받아야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수많은 연구가 인터넷에 깔려있다.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한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강원도 홍천에 자연치유와 건강 센터를 만들고 병원 가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연구 실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로토닌 캠프가 있다. 햇빛 속에서 걷는 것을 강조한다. 햇빛 속에서 걸으면 뇌 속에 잔잔한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 엔도르핀도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격정적인 환희를 동반하는 엔도르핀 보다, 이시형 박사는 잔잔한 감동인 세로토닌을 선호한다. 세로토닌은 생기와 의욕의 원천이라고 그는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 D가 형성돼 뇌 속에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고, 가을과 겨울철에 아침에 일어나 방안의 불빛을 밝게 하고, 낮 동안에 커튼을 걷어 햇살이 많이 방에 들어오게 하고, 의자 배치를 창문을 향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햇볕 부족으로 오는 계절적 우울증 환자는 많이 먹고 당분을 찾으므로 살이 찌는 경향이 있고 잠이 많아 온종일 무기력하게 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햇볕을 많이 쬔 여성들이 햇빛을 피한 여성들보다 엉덩이 골절 위험이 10배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성들보다 야외 활동을 적게 하는 여성들이 햇빛을 의도적으로 많이 쬐어야 하는 이유다.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러나 햇빛에 과도 노출로 생기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수보다, 햇빛 부족으로 인한 질병 사망자 수가 328배나 된다는 연구도 있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다발성 경화증, 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에도 햇빛이 도움되고, 비타민 D 보충제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그 보충제가 햇빛이 주는 모든 장점을 줄 수는 없다고 한다.

햇볕, 특히 아침 햇볕을 쬐면 저녁에 멜라토닌이 증가해서 잠을 잘 자게 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가을과 겨울이면 낮의 길이가 짧아져 일조량이 적어지고, 햇볕의 열량이 차츰 줄어든다. 아침과 저녁 해가 낮의 해보다 열량이 적은 것 같이, 가을엔 해가 점점 더 남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동지에는 북극지방엔 전혀 해가 뜨지 않는다. 가을과 겨울에 의도적으로 햇볕을 쬐어야 하는 이유다.

악기 중에 트럼펫 소리 같은 목소리로 햇빛을 찬양하는 존 덴버의 노래가 다시 생각난다.

‘Sunshine on my shoulder makes me happy // Sunshine almost always makes me high.’ (가을과 겨울엔 햇볕을 많이 쬐며 걸어야겠다._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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