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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의 유래에 대해 아시나요”

한국교육원, 현지 교원 대상 방문연수
박성태 교수, 교사의 ‘문화 이해’ 강조

조지아주는 미국의 최대 땅콩 생산지다. 주 정부는 지난 1995년 땅콩(peanut)을 조지아의 상징(symbol) 농작물로 공식 지정했다. 조지아와 그 주도인 애틀랜타시에 사는 동포 2·3세에게 한국어 수업 시간에 ‘피넛’의 유래에 관해 묻는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한인 차세대에게 한국의 언어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데 있어,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관한 교사의 선행학습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애틀랜타한국교육원(원장 조재익)이 17일 교육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2018 재외동포 대상 현지 교원 방문 연수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선 박성태 계명대 교수는 ‘땅콩의 유래’에 대해 청중에게 기습 질문을 던졌다.

박성태 교수는 “여러분, 땅콩이 왜 땅콩인지 아시나요”라고 운을 뗀 뒤 “꽃이 떨어진 그 땅에서 콩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중이 신기한 해석이라는 듯 웃음을 터뜨리자 박 교수는 “떨어질 ‘낙’, 꽃 ‘화’, 날 ‘생’자를 써서 중국 이름은 ‘낙화생’(落花生)이라고 한다”며 “조선 말기 중국(당나라)에서 넘어온 것으로 전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원이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박 교수는 “문화는 상호 보완적이며 독립적이어서 우열이 있을 수 없지만, 실제 언어교육에 있어서는 교수자나 학습자 모두 이런 기본적인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문화의 상대성’을 자칫 간과했다간 실제 교실에서 교사와 학습자 모두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애틀랜타 동포 2·3세는 학교 수업에서 ‘피넛’이 바닥에서 재배되는 ‘콩과의 식물’(legume)이고 그 어원은 미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배운다. 중국에서 넘어와 ‘땅에 떨어뜨리면 자라는 콩’으로 이해하는 한국의 시각과 다를 수밖에 없다. 단지 언어의 차이뿐 아니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연구논문에서 “한국어 교육의 올바른 구성을 위해서는 문법 지식 못지않게 ‘문화 능력’(Cultural competence)과 그에 관한 교사의 역량과 자질을 강조하는 관점이 최근의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 박 교수는 “조지아에서 땅콩이 많이 나나요?”라고 되물었고, 청중이 “네”라고 답하자 “실제 땅에 떨어뜨려 콩이 나는지는 모르겠다. 여러분도 집 한 귀퉁이에 한 번 떨어뜨려 심어보라”고 우스갯소리로 마무리했다.

박 교수는 교사의 문화 선입견을 지적하는 또 다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나뭇잎 모양의 젓가락받침에 놓여있는 나무젓가락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며 “어느 계절인가요”라고 물었다. 교사들은 대체로 ‘가을’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곳곳에서 “받침이 낙엽무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곁들였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겨울엔 열전도율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봄 여름 가을 또는 서민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교사의 선입견을 지적한 뒤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선입견)에서 정답을 달리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어느 계절인지 특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앞서 허용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어 문장 구조와 말소리 구조’를 주제로 강연했다. 허 교수는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한국어의 문법 의식을 습득하는 것”이며 “외국어 습득이란 덩굴로 덮여진 산길에 길을 내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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