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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소풍, ‘굿 뉴스’ 사명에 벅찬 감동”

‘사람 낚는’ 딜리버리 목사의 꿈

3개 일간지 딜리버리로
시니어 사역 비전 펼치는
류영호 한인노인대학장


“미국에서 누굴 태우게 되거든 꼭 집 앞에 내려줘야 해, 안 그러면 다신 서로 안 보게 된다고 하더군.”

류영호(73) 목사 부부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약 20년 전 어느 날 공항까지 배웅 온 한석지 목사(2016년 소천)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건네준 말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을 지낸 한 목사는 서울 용산구 동암교회에서 류 목사 부부의 주례를 맡아 사제지간이자 부부간에 깊은 교분을 나눠온 사이였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도 류 목사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 으레 할 수 있는 어른들의 걱정이겠거니 생각하다가도 하나님의 깊은 뜻과 계획이 담긴 말을 선배 목사가 전해준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언제나처럼 사뭇 진지해지곤 한다.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대기업인 한국탄산주식회사에서 구매과장으로 일하며 돈도 제법 만졌던 류 목사는 사업에 손을 댔다가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인생의 깊은 좌절감을 맛봤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탐독하면서 성령님이 내 안에 뿌리내리셨음을 확신했어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멀어지자 하나둘씩 거둬가신 것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중학생 첫 딸을 둔 마흔 살이 되던 1982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류 목사는 1986년 강도사 고시에 붙어 1988년 목사안수를 받게 된다. 졸업한 뒤 15년간 가정사역에 전념하면서도 장차 시니어(노년층) 사역을 하게 되리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고 했다.

그러곤 2000년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한석지 목사에게서 들은 덕담은 작은 씨앗이 됐고 애틀랜타에서 열매를 맺게 됐다. 류 목사는 애틀랜타 노인대학에서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시니어들을 노인대학까지 태우고 다시 집까지 바래다주는 사역이었다. “해병대 시절부터 운전은 자신이 있었어요. 낯선 외국 땅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잠시 고민했고, 머지않아 찾은 답이 운전기사였죠.”

애틀랜타에서 처음으로 정부 인증을 받은 노인대학은 2년 전 이사장이 그만두면서 재정적 난관에 봉착했다. 류영호 목사는 신문 딜리버리를 해오면서 고비 때마다 번 돈을 학교 운영비로 충당했다. 작년까지 개최했던 가을 음악회도 올해에는 열지 못했다.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딸 셋으로 구성된 ‘류트리오’의 실내악 3중주 무대를 볼 수 없어 아쉽다는 얘기도 한인사회에서 흘러나왔다.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 최복자(71) 사모는 음악 수업을 담당하며 학교 운영을 돕고 있다. 때때로 그림을 가르치고 감칠맛 나는 국을 잘 끓이기로 학교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최 사모는 시니어 사역을 섬기는 이유를 밝혔다. “우리가 받은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에서 학생을 부모님처럼 여기고 사역을 하다 보면 또다시 은혜를 받아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많은 시니어에게는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소풍’이라고 말해줍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영혼 구원입니다.”

성경에는 ‘사람을 낚는 어부’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가 어부가 직업인 베드로를 제자 삼으며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I will make you fishers of men)고 한 유명한 말씀(마 4:19)에서 비롯됐다. 고된 신문 딜리버리를 하면서 시니어의 ‘영혼 구원’ 사역에 힘쓰는 류영호 목사는 ‘사람을 낚는 딜리버리’인 셈이다.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목회자로서, 류 목사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5년 11월 기념식에서 “학생들이 존재하는 한 노인대학을 계속 이어가겠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복음을 ‘굿 뉴스’라고 합니다. 시니어들이 힘을 내 천국의 소망을 품도록, 굿 뉴스를 전하는 일에 힘닿는데 까지 매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부부가 두 손을 꼭잡으며 전한 말이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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