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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딜리 딜리(Dilly Dilly)’

최근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에서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는 유행어 중에 ‘딜리 딜리(Dilly Dilly)’가 있다. 지난해 8월 버드 라이트(Bud Light) 맥주 CF(TV 광고)에 처음 나온 말이다. 슈퍼볼을 포함해서 NFL(프로 미식축구 연맹) 게임과 미국 대학 미식축구 게임 TV 중계 중에 방송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dilly는 명사로 쓰일 때는 “특출하고 비범한 인물이나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중세기에 쓰던 고어(古語)로 delightful 혹은 delicious의 첫음절을 줄여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억지로 해석을 한다면 영어권에서 건배할 때 하는 ‘cheers’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CF를 작성한 앤하우저 부시 맥주회사 마케팅 담당자 자신도 “’딜리 딜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게 바로 장점이다. 우리는 모두 때로는 무의미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딜리 딜리’는 한 단어가 반복되어 운율이 맞고 외우기 쉽고 재미도 있다.

이 CF가 계속되면서 미식축구 시즌이 끝난 후에도 ‘딜리 딜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축구와는 무관한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걸핏하면 쓰는 유행어가 되었다. ‘딜리 딜리’는 고맙다는 말도 되고, 찬성한다는 뜻도 되고 인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Dilly Dilly’가 프린트된 티셔츠와 모자가 불티나듯 팔리고 그 문구가 인터넷 밈(meme)에 오르는가 하면 ‘Dilly Dilly’ 이름을 붙인 맥주를 허가 없이 제조 판매하려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앤하우저 부시 측에서 보면 이야말로 대박이다. “We want everybody to ‘dilly dilly’ in their life, so no problem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딜리 딜리’ 하기를 바라니 아무 문제 없다)”. 앤하우저 부시 담당자가 하는 말이다.

유행어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걸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이다. 해학성이 있고 풍자적이고 신기하거나 경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얼핏 기억하는 개그맨의 유행어는 이주일의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가 고작인데 요즘 신세대들에게는 너무 오래된 것이라 생소할지 모른다. 나는 한국 드라마나 개콘 같은 프로를 보지 않아 최근 유행어는 잘 모른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별난 은어나 유행어를 마주치고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멘붕이라고 한다는 말을 내가 알게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유행어에는 상스럽고 천한 표현이 많다. ‘이빨 까지마’가 허풍 떨거나 거짓말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한국에서 툭하면 쓰는 콩글리시 ‘파이팅’은 외래어나 유행어 수준을 넘어 정식 우리말 반열에 오른 느낌이다. 이 말도 50년 전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는 못 듣던 말이다.

초기 네티즌 언어인 반갑다는 뜻의 ‘방가방가’ 그리고 ‘뿌잉뿌잉’은 요즘도 통용되고 있다. ‘뿌잉뿌잉’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도 있어 ‘딜리 딜리’와 일맥상통하는 것도 같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보면 ‘뿌잉뿌잉’은 “일종의 귀여운 척이다. 인터넷상 할 말이 없거나 뻘쭘할 때 한 번씩 써주는 표현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금년 들어 한국에서 한참 뜨는 유행어는 ‘가자’를 길게 늘여 발음한 ‘가즈아’라고 한다. 원래는 자기가 투자한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을 바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운동경기에서 자기 팀을 응원하거나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얼마 전 폐막한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가즈아”라는 구호가 매스미디어와 SNS에 자주 오르내렸다. 입시를 앞두면 “합격 가즈아”하게 된다. 끝내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 좌절할 경우 “한강 가즈아”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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