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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기독교 사회 참여의 통로들

[김대성 목사의 한국교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미국교수님이 제가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잠시 멈춰 선 짧은 시간에 한국교회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하네요. 장로교회, 민중신학, 그리고 순복음교회. 미국 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는 동안 제 머리 속은 서로 거리가 있는 단어들을 서로 연결하느라 바빴습니다.

최근의 세계 기독교역사 기록에는 한국교회의 성장과 세계 선교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한경직, 조용기, 김장환 등의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한편 교회 밖의 일반 한국역사에서 바라보는 교회는 민중신학의 안병무, 통일운동의 문익환, 그리고 민주화 운동의 참여 등에 더 많이 주목하는 듯합니다.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복음을 나누고 전하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교회 밖 사회를 위해 사회악에 대한 예언자적 도전을 강조하는 소수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가진 교회들 사이에 비판도 계속되었지요. 이렇게 서로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교회의 흐름들이 한국역사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던 일은 없었을까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는 세계복음화 국제대회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보수적인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복음전파와 사회참여 모두를 그리스도인의 의무로 규정했습니다. 전통적인 신학을 존중하면서도 변화하는 세계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위한 변화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주의 교회도 이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김명혁 목사와 손봉호 교수 등 보수적인 학자들이 조직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1981년부터 기독교인들이 시국문제에 연합하여 참여하는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직선제 개헌을 위한 시민운동이 무르익던 1986년에는 그 동안의 수동적인 “정교분리” 원칙을 넘어서 더 이상의 “침묵”은 오히려 사회의 평화와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하여 기독교인의 목소리를 대변하였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연합한 한국교회의 사회참여가 확장되었습니다.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단식, 기도회, 성명발표, 시위 등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기독교 선교는 전도와 교회의 확장뿐 아니라 민주시민운동과 협력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 열매 중 하나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었습니다. 1988년에 결성된 기윤실은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기독교인과 교회가 되고 이를 통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을 추구합니다. 건전한 문화 창조, 공명선거운동, 교회갱신, 목회자윤리,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봉사를 위한 연합기관이 되었습니다.

이듬해는 경제정의실천연합회(경실련)가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88올림픽의 화려함 뒤의 부동산 투기와 빈부격차의 증가 문제에 집중하며 시작했던 경실련은 시민운동 단체였지만, 서경석, 윤경로 등 기독교인들이 창립의 주역이 되었고 참여 인원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토지공개념, 재벌의 부동산 제한, 금융실명제, 공정거래, 금융감독,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 등 정치성을 띠지 않으면서도 평화적이고 대안적인 경제정의를 위한 시민운동 단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 사람 안에는 거룩한 신앙과 이웃의 변화를 위한 희생이 자연스럽게 담겨있습니다. 동네에 자리한 교회도 교인들을 위한 영혼의 집이 되고 동시에 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자리가 됩니다. 1980년대 이후에 들어서 더 많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정의로운 국가, 윤리적인 사회, 공정한 경제구조를 위하여 힘을 합해 연합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맥코믹 신학교 강사]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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