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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삶의 영역에 대하여

최선주
최선주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6/21 21:00

살아온 길, 살아가는 나날, 새삼 헤아려보면 마치 눈 덮인 겨울 산행길에서 러셀을 하듯, 앞서간 이의 발자욱을 따라 조심스레 덧밟으며 좁은 길을 걸어온 듯 싶어진다. 한번씩 미끌어져 눈속에 깊이 빠진 다리 한쪽을 들어올릴 때마다 땀이 버썩 나도록 생 힘이 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또다시 발을 헛디딜세라 내딛는 걸음폭은 더 작아진다. 눈길 산행의 경험이 적을수록 시야는 앞선 이의 발뒤꿈치에 적중되고 상하 좌우 풍경은 존재도 없이 뒤로 뒤로 넘겨진다.

인생은 두번 가는 길도, 되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행로도 아니어서 누구에게나 첫 산행 같고,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인 시간여행이다. 조용한 시간에도 영혼은 부단한 질문을 계속하고, 삶의 의미에 대하여, 존재의 이유와 살아가는 시간 속의 정경을 간헐적으로 대비시켜가며 일상이 꾸려진다.

잘 알려진 신학자이며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 신부는 현대인은 여러 극점 사이에서 긴장 어린 삶을 산다고 서술한 바 있다. 나우웬이 말하는 첫번째 양극점은 외로움과 고독이다.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혼자일 때 고독이 가능하다. 고독할 수 있어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면 인생에 있어 고독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혼자있을 때 극복해야 할 외로움이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방해 받지 않는 혼자로서 고독할 수 있다면 고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루에도 몇번씩 이 외로움과 고독 사이의 한 지점에서 방황하기도 자족하기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양극점을 이루는 한쌍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갖게 되는 적개심과 환대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과 시공을 함께하며 감정적으로 부대끼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 받고, 환영 받으며, 따뜻하게 용납되는 환경과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빚어주는 극점이 적개심인지 환대의 환경인지 재고하는 삶이라면 점차 평화한 심정으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번째는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환상과 기도의 양극점이다. 우리가 공통되게 가진 환상은 우리가 마치 우리 운명의 주인공인듯 여기며 사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 수명, 그리고 한 시간 후의 일 등 어느것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그것들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신앙인은 이때 기도라고 하는 숨겨진 선물이 필요한 것을 느끼게 된다. 영적 여정은 점점 더 기도의 극점을 향해, 기도하며 나가게 될 때 바람직하고 안정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외로움과 환상, 적대감 속에서 헤매는 가운데서도 고독과 환대, 그리고 기도의 극점을 향해 나아간다면 성숙하며 발전해가는 삶의 내용이 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 신부는 새로운 삶은 옛것의 아픔에서 생겨난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지적하였다. 인간이 처한 환경은 보통, 공적인 영역, 가정의 영역, 그리고 고독의 영역의 세가지를 고려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선 나무에게는 바람, 비, 햇빛의 세 요소들이 시련과 고통을 주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세 가지는 곧 나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무가 고통의 내용인 바람, 비, 햇빛을 피한다면 결국 시들거나 나약해져서 볼품없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속해있는 사회, 가정, 고독의 영역을 통해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사람들, 문제점들, 그리고 과제를 피하려고만 한다면 그 개인의 삶은 시들고 나약한 존재의 내용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서적이고 신앙적인 성숙과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 인생의 난관과 해결책, 그리고 소명감임을 생각할 때 사람의 가치체계는 일생을 두고 변화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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