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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하얀 설산에 달빛이 푸릅니다. 호흡도 거칠어지고 살을 에우는 바람이 매섭게 불어옵니다. 작은 보폭으로 한발씩 힘겹게 정상을 향해 오릅니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파미르 고원, 그 너머 거칠게 솟아있는 에베레스트, 그 주변에 찌를듯한 위세로 솟아있는 봉우리들. 상상을 해보라. 8000미터 고산에서 어떻게 견딜 것인가? 나의 호흡은 깨어지고, 의지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산악인들이 그 봉우리들을 정복하기 위해 베이스캠프가 있는 네팔로 모여 들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정상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높게 솟은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가는 날을 꿈꾸며 끊임없이 저들의 삶과 인생을 걸고 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오르내리며 벼랑끝 인생을 마다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우리의 삶이 편안함과 익숙함에 길들여 있다면 내 안에 일상의 한계를 벗어나는 환경을 내게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초 페루의 마추피추를 가기 위해 코스코라는 해발 3000미터의 고산도시에 하루를 묵었다. 그날 나는 어지러움과 역겨움으로 내 정신이 아니었다. 다행이 고산병 치료약을 복용하고 코카라는 차를 마신 후 간신히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새벽 안개숲을 걷다 보면 모든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척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우리의 기억과도 같이 지나온 날들은 꼭 새벽 안개와 같다. 내 손에서 영원히 따뜻할 줄 알았던 네 손이 사라지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들은 되돌릴 수도, 다시 잡을 수도 없다. 과연 나의 정상은 어디인가? 아름다운 욕망이 새로운 습관이 되어지도록, 그리고 습관이 인격으로 이어져 나 자신의 꿈과 만나는 자리가 되어지도록... 그래서 나의 정상은 슬픔과 어려움 속에 있지 않도록, 나의 정상은 기쁨과 기대 속에 꽃처럼 아름답기를 새벽 안개 속을 걸으며 다짐해 본다. [시카고 문인회장]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 / 신호철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
나의 시간은 소멸되어
나의 하루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늘의 길이만큼 달아나지만
얼굴을 돌려 발 길을 붙잡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
나를 일으키셨던 손길로
내 안에 꿈꾸게 하셨던 그 꿈이
뿌리 내리지 않아도
다 가지시고 또 하나도 갖지 않으신 당신 앞에
나의 빈잔을 높이 들겠습니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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