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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태양을 향해 쏴라

어차피 맞히지 못할 거라면 더 높게 멋지게 쏘아올려라. 수없이 쏘아 올려라. 명중 하지 못해도 상관 없다. 사는 게 그리 쉽게 맞아 떨어지더냐. 화살촉이 모자라면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라. 아무 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는 하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백배 천배 낫다. 요즘 내가 느슨해진 나에게 타이르는 말이다. 세상 모르고 살 때는 몰랐는데 세상살이 알고 나니 사는 게 두려워진 탓일까. 속도가 줄었다.

시간은 잘 활용하는 사람의 편이다. 나이 좀 먹었다고 노티 내고 아무 계획없이 안이하게 지내다 보면 세월이 시간을 갉아먹는다. 금방 팍 늙는다. 청춘을 돌려 주지도 않는 세월은 이제 고생 그만하고 이쯤에서 남은 시간 흘려보내라고 꼬드긴다. 속도 줄이고 푸른 하늘 코스모스 바라보며 적당히 살라 한다.

인생은 장거리 게임이다. 잘 나갈 때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시속 100마일을 달릴 수 있는 차를 200마일로 페달을 밟으면 차가 전복된다. 정지해야 할 때 달리면 사고 난다. 멈출 때, 설 때, 달려갈 때, 추스릴 때를 알아야 완주할 수 있다. 달리기 선수들은 호흡조절 잘 해야 승리한다. 인생은 장애물 경기다. 장애물 달리기는 눈 앞에 허들이 보이지만 인생은 한치 앞도 못 보고 장님처럼 달린다.

불가에서는 인생을 ‘파란고해(波瀾苦海)’라고 한다. 파(波)는 작은 파도를 말하고 난(瀾)은 큰 파도를 가리킨다. 크고 작은 파도가 심하여 인생살이의 바다는 건너가기가 힘들어 온갖 역경, 난관과 고통에서 허덕이게 된다. 중생은 고해(苦海)의 바다에서 파란곡절(波瀾曲折)을 겪으며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다. 부처님은 '태어남은 고통이다. 늙음은 고통이다. 병듬은 고통이다. 죽음은 고통이다. 생노병사는 근심, 걱정, 슬픔, 괴로움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과 만나는 것은 고통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헤어지는 것도 고통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다. 집착에 근거를 두고 있는 육체(五蘊)는 고통이다.’라고 베나레스의 녹야원에서 비구들에게 설파한다.



생노병사는 하늘의 뜻이니 인간의 힘으로 감당이 안 되겠지만 고해의 바다 육체의 고통에서 헤어나는 길을 암시하는 가르침이다. 집착을 버리고 탐욕 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람이던 무엇이던지 간에 흠뻑 빠져 맘껏 사랑하며 살면 고해의 바다에 한송이 꽃 잎 띄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저 하늘 높이 날고 있어/ (그때 니가 내게 줬던 두 날개로)/ 이제 여긴 너무 높아/ 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 (중략) 널 알게 된 이후/ 내 삶은 온통 너/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중략)/ 다 말하지. 너무 작던 내가 영웅이 된 거라고/ 난 말하지. 운명 따윈 처음부터 내 게 아니었다고 -방탄소년단의 노래 ‘작은 것을 위한 시’ 중에서

그대여! 만남이 스쳐가는 우연이라 해도 억겁으로 맺어진 인연이란 걸 알고부터 끝없이 태양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산다는 것이 한자락 뜬구름 잡는 일이라 해도 사랑과 열정, 희망이 있었기에 고해의 바다를 헤엄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명중되지 않아도 과녁이 보이지 않아도 오늘도 내일도 푸른 하늘 향해 끝없이 화살을 날립니다. 몇 번 과녁에 맞아 몇 개가 명중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꿈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는지, 그 화살 촉이 언젠가 태양을 불태우고 당신께 드리는 시작이 되고 끝이 되는 날이 올 줄 압니다. (윈드화랑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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