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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아름다운 만남

진정한 예술가의 혼은 참된 신앙의 혼과 닮아있다. 신앙은 진리를 믿는 믿음으로 영원을 믿고 소망한다. 당장 눈에 보여지는 것 없고 손에 잡혀지는 것이 없어도 가슴에 차오르는 잔잔한 감동의 근원이나 영감의 근원이 영원성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현실의 내용이나 동경의 대상들을 자신들의 미학적 이상에 따라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다. 당장 인정해주는 이가 없어도 자신들이 천착한 혹은 꿈꾸는 내용을 표현해내기 위해 인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때론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표현에 집착한 채 생을 불사르는 열정이 예술가를 만든다.

신앙이 진리를 수호하며 영원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면 예술은 시간을 초월하는 미와 의미를 구현해내고자 하는 치열한 삶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이어서 아름다운 것에 이끌리고,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하며, 누군가가 이를 표현해줄 때 깊은 위로 속에 공감하고 안도한다. 누구나 삶의 어느 쯤에선가 그리움으로 남게 되는 만남과 잊지 못할 이별의 경험을 한다. 영감을 주고 받은 순간이 사소한 일상에 묻혀 잊혀지기도 한다. 자신이 동경한 세계를 현실에서 꿈꾸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랑하게 되듯이, 의미를 동반한 순간을 글로 그림으로 멜로디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이들은 예술 작품을 남긴다.

19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는 많지 않은 작품을 남긴 가운데 친구를 생각하며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인상적인 피아노 곡을 작곡했다.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제목만 들으면 값비싼 틀에 들어있는 다양한 색채의 그림들이 걸린 화랑을 떠올릴것이다. 그러나 무소르기스키에게 영감을 준 전시회는 39세의 나이에 동맥파열로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디자이너이며 건축가였던 평범한 친구의 유작 전시회였다. 건축모형, 발레의상, 시계, 인물 스케치, 시의 재정부족으로 취소된 키에브 시 대문의 모형도 등, 소박하고 조촐한 전시회였다.

무소르그스키는 자신보다 5살 연상이었던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하트만과 러시아 민족주의적 이상을 공유한 친구 사이였는데, 그의 급작스런 부고를 받고 애도했다. 그 이듬해에 하트만의 친구들이 하트만의 유작 400여점을 모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무소르그스키는 전시회에서 본 10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마치 화랑에서 걸으며 각 작품을 감상하듯이 묘사한 피아노 곡을 작곡하고 전람회의 그림이라고 명했다.



무소르그스키는 평범했던 건축가 하트만의 예술적 소양과 그의 사상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전시회가 끝난 후 그림들은 박물관에 소장된 채 묵혀있다가 무소르그스키의 음악과 연관된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 후 50여년만에 한 음악지를 통해 재조명이 되어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42세로 세상을 떠난 무소르그스키도 그의 생전에는 거의 명성을 얻지 못했다. 1874년에 작곡된 전람회의 그림은 그가 죽고 난 5년 후인 1886년에 출판이 되었을 정도다.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살다간 두 사람의 만남과 우정은 무소르그스키가 남긴 불후의 명작을 통해 두 사람의 이름은 물론 그들 사이에 공존했던 이상과 미학의 세계를 후대의 사람들에게 당당히 알리고 있다.

무소르그스키는 일상적인 내용을 스케치한 하트만의 작품을 통해 당시의 사회와 시대를 초월한 영감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그들의 아름다운 만남은 평범을 비범으로, 무명을 유명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영원에 이르는 예술로 승화되었다.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영감을 전하게 되기를, 적어도 소박한 그리움이나마 일깨우는 존재이기를.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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