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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내 마음의 지옥

누군가를 지옥으로 데려 가려면 자신도 지옥문 앞까지 함께 가야 한다. 지옥문 앞까지 가는 길이 녹녹하지 않다. 19세기에 제작된 ‘천국으로 가는 길과 지옥으로 가는 길’(대중미술, 석판화. 파리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소장)에는 윗층은 천국으로 사람들이 올라가고 아래층은 지옥으로 향한다. 천사가 기다리는 천국문으로 가는 사람들이 비교적 경건하고 겸손해 보이는 반면에 아래층 지옥문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피리 불며 한치 앞도 못 보고 줄거워한다. 지옥 가는 행렬의 선두주자인 한 남자는 신나게 발로 지옥문을 걷어차는데 지옥문 바로 뒤 타오르는 유황불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지옥과 천국의 경계가 나눠지듯, 사람 사는 일에 옳고 그름이 분명하면 분통 터질 일도 없을 것이다. 더러운 꼴 안 보려고 물러서자니 억울해 숨통 막히고 시시비비 가리자니 함께 똥통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하는, 오동나무에 걸리는 일이 발생한다.

살다 살다 보니 별의 별일이 다 생긴다. 이래저래 재물 손해 보고, 죽을 고생하고, 거짓말로 뒤집어씌워 죽사발을 만드니 고소 할까 말까 밤낮으로 결론을 못 짓고 생각을 뒤집으며 3개월을 지옥에서 오락가락 했다. 근데 드디어 결판을 냈다.

사는 동안 가장 힘들 때는 결정을 못해 안절부절할 때다. 마음을 정하고 나면 오히려 편안해진다. 어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픈 어제 때문에 오늘을 망치지 말고, 다시금 떠오르는 내일을 먹칠 하며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



누구도 나를 불행하게 하지 못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엄마가 더 이상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을 엄마 인생에서 지워 버리세요. 행복할 내일만 생각해요.”라는 애들의 격려도 한몫을 했다.>>>

잃은 돈은 벌면 되고, 나쁜 기억은 땅에 묻고… 지옥은 내 속에 있었다.… 새 출발!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문’(1880-1888, 조각, 오르세 미술관 소장)에는 다닥 다닥 붙어서 동물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서로의 몸을 깨물면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육체들이 뒤엉켜있다. 육체의 사슬이 화환과 덩굴손처럼 뻗어 나가고, 고통과 악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지옥의 문’은 단테의 소설 ‘신곡’을 테마로 제작됐다. 작품 안에는 단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생각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186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로댕은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30년 넘게 구상하고 고뇌에 빠져 씨름했지만 끝내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세 망령’, ‘웅크린 여인’, ‘입맞춤(Kiss)’, ‘아담’, ‘이브’ ‘절망’ 등 불후의 걸작을 총망라해 로댕의 전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미술관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비의 희년 때 문이 열린다는 바디칸 베드로성당 천국문은 내가 갔을 때는 닫혀 있었다. 천국문 안에 못 들어가고 그러면 내가 서 있는 곳이 지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조바니 로렌츠 베르니니가 디자인한 성 베드로 광장과 성 베드로 대성당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천국으로 가는 열쇠 모양으로 설계돼 있다.

지옥에서 빠져 나왔다고 천국 문 앞에 와 있는 것은 아니다. 천국문 열쇠는 내 마음 속 깊은, 오래 된 샘물 저 밑바닥에 있다. 샘물이 맑아야 천국 열쇠가 보인다. 흐린 날, 마음이 흔들리는 날,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누군가를 미워하는 날, 증오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날, 사랑이 상처로 흐느끼는 날, 등뼈 꼿꼿이 세우고 미움의 깃털 날려보내고, 흐려진 안경 닦으며 맑고 깊은 샘터 찿아나선다. (Q7 Fine Art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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