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눈물로 씨를 뿌린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라

꽃이 핀다든지 열매가 맺히는 것은 무심히 지나치면 아무렇치도 아닌 것 같이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 같지만 그 일은 대단한 일이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 일은 자기를 버리는 수고와 힘든 아픔을 이겨내는 꾸준함 없이는 이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맨땅에 작은 씨앗 하나 뿌려져 스스로 딱딱한 껍질을 깨뜨리고 자기를 버려 뿌리를 내리고 겨우내 얼었던 딱딱한 땅을 헤집고 싹을 내는 순간을 들여다 보라. 이내 줄기를 내고 곁가지를 뻗고 푸른 잎사귀를 달아내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감동을 상상해보라.

씨앗에서 꽃까지의 과정은 사투이고 그것은 견디고 참아내는 힘든 시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씨앗 하나가 자라나 수백개의 똑같은 씨앗을 잉태한 씨방의 기적은 또 어떠한가. 이것은 기쁨이고 환희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만 인고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것들의 삶이 다 힘들다. 나를 돌아보는 꾸준함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전엔 몰랐다. 세상 모든 일들엔 원인이 있고 꼭 그에 따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몰랐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상 다가오는 한 순간의 일, 하나의 사건, 또 하나의 풍경들이 저절로 일어나고 어느 순간 문득 보여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사람이 어떤 일에 몰입하는 순간이 아름답듯이, 한곳에 집중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꽃들이 피는 것도, 푸른 잎들을 경쟁하듯 피어내는 나무들도, 알을 깨고 나오는 새들도 그것이 행위이든 풍경으로 다가오는 우리는 매일 그 변화를 마주 대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식물이든, 움직이며 활동하는 동물이든, 기이한 모습의 곤충이든, 흐르는 구름이든,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든, 따사로운 햇살이든, 밤하늘 빛나는 별들이든, 때도 없이 떠오르는 그리운 이의 얼굴이든, 그 모든 것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이미 스스로 창조주의 작은 역할들을 감당하고 있다. 그것들은 고귀한 자리에 존재하며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구라는 무대 위에는 내가 알 수도 없는 생명들, 존재들, 그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가지만 죽음을 넘어 또 따른 생명을 잉태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모든 이의 생각을 뛰어넘어 피안의 세계 속에서 심장의 박동처럼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빛나는 존재로 태어나 독특한 저마다의 특성으로 꽃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일은 우리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씨 뿌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거둘 수 없다. 생각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내게 날마다 물어 보아야 한다. 오늘은 어떠하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을 피하는데 익숙해지고마는 하루가 이어지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오늘 이렇게 넋 놓고 하루가 저물면 안 된다.
어느날 땅을 파다 뿌리에 줄줄이 달려 나오는 성근 고구마들을 손에 들고 만면에 웃음짓는 농부의 모습은 오랜 사유의 시간들을 뿌린 후에 기쁨이라는 시어를 건져낸 가슴 뛰는 시인의 기쁨과 많이 닮아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정령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라’ 성경 한 구절이 가슴에 맺히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