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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시카고 연방 검사장의 유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연방 검사장들에게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새 행정부가 들어왔으니 이전 정권에서 임명한 검사 수뇌부들은 자진해서 물러나라는 뜻이다. 전임 대통령들도 의례적으로 해왔던 통례라고 한다. 그러자 시카고를 포함하는 북 일리노이 연방 검찰의 수장인 존 로쉬도 2월 말까지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일리노이 연방 상원 의원 두 명이 이에 반대했다. 딕 더빈 연방 상원과 태미 덕워스 연방 상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당적이 같다. 더빈 의원은 상원에서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여기에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도 거들었다. 라이트풋 시장은 개인적으로 로쉬 검사장을 잘 안다며 특히 그가 업무에 있어서는 철저한 수사와 기소 유지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와의 개인적인 인연이 아니라 일리노이 전체를 위해서는 사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풋 시장 역시 민주당이다.

로쉬 검사장은 최근 수년간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 부패 스캔들 수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는 인물이다. ‘실질적인 일리노이 주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이크 매디건 전 주 하원 의장이 스스로 사임한 것도 로쉬 검사장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던 상황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로쉬 검사장은 매디건 전 의장측 인사를 고용하고 거액의 연봉을 지급한 컴에드사로 하여금 2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토록 했지만 정작 매디건 전 의장을 직접 기소하지는 않았다. 마치 스스로 물러날 퇴로를 열어준 듯한 인상이다. 결국 매디건은 1983년 이후 잡고 있었던 주 하원 의장 자리 뿐만 아니라 50년간 지켜온 하원 의원 자리 역시 내줬다. 당연히 스스로 원해서 물러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검찰측과 법정 밖에서 타협을 보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다.

에드 버크 시카고 시의원은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에 일을 맡기라는 압력을 행사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혐의로 로쉬 검사장의 수사를 받고 있다. 무려 14개의 뇌물, 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버크 의원은 오랜 세월 시카고 시의회 실력자로 행사해 왔다.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각종 조례와 인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는 것이 속설이었다. 한인 고객도 다수 확보하고 있었던 중국계 이민법 변호사가 그를 통해 재개발 편의를 봐달라며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시의원으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법무법인을 통해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부패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이제 로쉬 검사장은 적어도 자신의 임기인 11월까지 그 동안 진행했던 수사를 이어가고 기소 유지를 통해 부패한 일리노이 정치인들에게 댓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백악관이 그의 후임자 물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신호라고 보여진다. 부정한 방법으로 각종 이권과 실속을 챙겼던 일리노이 정치인들이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의 수사를 피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것은 다행이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찰 개혁 관련 소식들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정권의 주요 인사를 수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반대편에서는 검찰의 수사에 정권 실세도 예외는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쉬 검사장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에 대한 신뢰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입장에 맞춰 검찰 수사의 칼 끝이 향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권력을 바라보며 입맛에 맞는 수사를 펼쳐나가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사항이다. 로쉬 검사장에 대한 신임은 이러한 점에서 비취어 봤을 때 일리노이 전체에 바람직한 결정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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