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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Lee 기자의 시시각각] ‘시카고 사람들’ 300회

시카고 중앙일보가 지난해 9월 5일 재창간하면서 시작한 ‘시카고 사람들’ 시리즈가 300회를 맞았다. 시카고를 비롯한 중서부 한인 이민자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과 생각을 통해 함께 미소 짓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었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왜 이렇게 호구조사 하듯 자세하게 물어보냐는 투정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말문이 열리면 지나온 이민사를 2-3시간 동안 쉬지 않고 풀어놓기도 한다.

“제가 한 일이 없는데 신문 인터뷰에 나올 자격이 있겠어요?” 겸양의 표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듣기에 제일 불편한 말이었다. 시카고 한인 이민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만의 소유물도 아니요 단체장을 해야만 그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닐진대..

‘시카고 사람들’ 인터뷰를 위해 한인들을 만나다 보면 여태껏 받아보지 못했던 관심과 질문들에 대해 약간의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수 년 혹은 수십 년 이민 생활을 회상해 보는 시간을 즐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음을 솔직히 알리고 싶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예요. 이민 와서 바쁘게만 살았는데, 이렇게 내 삶을 돌아보며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네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쉽게도 일부 한인들은 “NO”라는 딱지를 붙이고 산다. 인터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혹은 스스로를 노출하기 싫은 그 무엇이 있는 듯하다.

시카고는 지역 특성상 가족 이민과 유학으로 정착한 케이스가 다수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는 시카고 한인 이민사를 정리하는 주요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어떤 이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누구의 이야기는 재미 있고, 누구의 삶은 별로이고는 없다. 각자가 살아온 여정이 모두 중요하다. 내가 만난 시카고 한인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고 유니크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민 초기, 정착을 위해 공장에 가서 혹은 식당에 가서 시간당 3-4달러를 받으면서 일하던 시절도 있었고, 남부 상가에 내려가 목숨을 담보로 총을 찬 채 도둑을 지키던 시절도 있었다. 영어를 더 배우기 위해 학교나 도서관을 찾기도 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한인들은 자녀들을 키우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자녀들은 교회를 다니며 이중언어에 단련됐고 학교에서도 다양한 방면에 걸쳐 두각을 나타냈다.

인터뷰에 응한 시카고 한인들의 평균 연령은 평균 60세다. 이민 온 지 40~50년이 지난 70~80대 한인이 많았다. 최근에 이민 온 30~40대를 만나면 반가울 정도였지만, 중앙일보 '시카고 사람들'은 이민 2세대인 10~20대까지 다양하게 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985년 20대 중반에 이민 왔으니 어느덧 34년이 지났다. 두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타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시카고 사람들’을 통해 한인 이민 생활의 일반적인 패턴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김새가 다르고 고향도, 이름도 다르지만 많은 초기 이민자들은 공장을 다니며 작은 아파트 생활을 거쳤다. 하루 12시간 비즈니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대동소이 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리들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리얼하다.

한인 누구나 시카고 이민 역사의 주인공이다. 너는 인터뷰 할 자격이 있고 너는 인터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매일 연재되고 있는‘시카고 사람들’코너가 3000회를 맞을 때 즈음이면 시카고 한인 역사의 장은 또다른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지 않을까. (기획국장)


Jame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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