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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한국 교회사] 90년대 한국개신교의 성장 둔화

흰 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보통 아침에 한 번 거울보고 마는데, 우연히 거울 앞에 섰다가 새치를 발견했습니다. 그 때부터 뇌세포가 빠르게 움직입니다. 뽑을까, 자를까, 아니면 그냥 둘까? 지금 할까, 좀 더 놔둘까? 거울 한 번 자세히 보았다가, 긴 생각이 따랐습니다.

교회도 거울 앞에 서야 할까요?

한국 개신교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교회가 많아지고 신자들이 늘어갔습니다. 우리 나라를 찾았던 옛 선교사들은 “씨를 뿌리러 왔으나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구한 말 일제 강점기,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교회는 꾸준히 성장하여 세계 교회사에서 “유래 없는 성장”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50년대부터는 10년 단위로 신자의 수가 배로 증가하여 1,100만이 넘는 신도를 헤아렸습니다.

한국교회가 함께 거울을 자세히 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교단인 장로교회나 감리교회가 1% 미만의 성장을 나타냈고, 오히려 현장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체감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성장을 이야기하던 한국교회가 처음 겪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교회들이 성장의 그늘과 성장이 멈춘 이유들에 대해 되짚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의 성장이 둔화된 이유로 환경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 위기가 약화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편안해질수록 영원이나 진리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것이죠. 대신 관광, 오락, 미디어 등 종교적 활동의 대체물은 늘어갔습니다. 시간을 절약해 주는 통신과 교통의 발전은 오히려 우리를 바쁘게 했습니다.

고령화, 여성취업의 확대, 글로벌 경제 시대의 경쟁 등 사회 구조적인 변화는 개신교 뿐 아니라 종교 전체의 필요성에 도전하는 환경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더 심각한 원인들을 교회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겉으로는 성장하는 교회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진실한 믿음과 선교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늘어갔는지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영혼을 구원하고 복음을 배우고, 그래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곳이었다고 하면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빛이 되었을 텐데요.

더군다나 교회 안에서 지도자들은 기도의 사람이고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교회 밖에서는 윤리적인 모범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직되고 민주적이지 못한 지도력과 목회자 개인의 일탈은 교회 안팎에서 지도력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세습, 간통, 부의 축적, 분열, 시한부 종말론.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결국 영혼을 돌보고 선교를 실천하는 성직자가 아니라 정보전달이나 교회 사역 전문가로 여겨지게 될 수 밖에요.

한국교회가 너무 성장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성장이 멈춘 90년대에 한국의 교회들이 함께 찾은 중요한 진리였습니다. 좋은 교회는 안에서는 성도들에게는 평안과 소망을 더하는 곳이고, 밖으로는 사랑을 실천하고 미래의 비전을 나누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면 성장할 수도 있고요, 아니어도 좋구요. 그래서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는 캐치 프레이즈나 “가정교회” 같은 대안도 이 시기에 생겨났습니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살필 때 새로운 생각과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90년대부터 성장이 멈춘 한국교회가 거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 매무새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안에서는 영혼의 거울이어야 하고, 밖에서는 온 사회를 위한 거울이어야 하니까요. [교회학 박사]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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