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1978년 봄나무가 푸르게 아름다웠던 기억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태도는 자못 신기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 Highway를 달리다 보면 현대나 기아 자동차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손에 든 삼성 핸드폰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식당이 정착되기 어려웠던 80년 90년대에 비하면 젓가락 사용이 꽤나 능숙한 외국인들을 만나기는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사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눈부신 발전 탓에 미국에 사는 Korean-American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변해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지고 황폐해 지는 것 같다. 자기만의 울타리 속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고, 훈훈한 사람들의 관계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바뀌어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도 한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내어주고, 오리를 함께 가기를 원하면 십리 길이라도 동행해주라는 성경의 가르침이나, 헐벗은 거지에게 떡 몇조각 전해주기 위해 먼 길을 걸어 선행을 베푼 노자의 이야기가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건 왠일일까?
온종일 걸어 넓은 땅을 차지한들 힘들어 생명을 마감한다면, 마지막 그가 차지한 땅은 간신히 다리 뻗고 누울 한 두 평의 땅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물어오는 톨스토이의 허망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제 만나게 될 푸르른 기억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바로 이런 말들이 아니겠는가.
창가에는 꽃향기가 불어오고 잠들지 못하는 밤. 나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세상살이에 흐드러지게 핀 데이지의 미소가 정신을 차리는 유월 초하루의 밤은 깊어만 간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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