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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침묵, 그 어둠의 경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흔히 마음을 닫는 표시로 입을 닫는다. 그 단호한 거절의 표면이 매끄럽든 껄끄럽든 그것은 곧 폭풍전야를 예고하고 누구의 예상도 뛰어넘는 비극의 서막이 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역사적인 예가 다윗의 가정사에서 찿아진다.

성경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사람이었다. 왕으로서 다윗은 40여년간 실책없이 정사를 폈던 유대역사에 가장 위대한 왕이었다. 그럼에도 다윗의 가정과 그의 사생활은 보통사람들 이상의 문제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다윗왕에게는 7-8명의 왕비 사이에 낳은 19명의 아들과 고명딸 다말이 있고, 첩들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이 더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아들 암논이 배다른 누이, 다말을 연모하다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말의 친오빠였던 압살놈은 다말에게 조용히 있게 하며 다윗왕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암논에 대한 어떤 처벌이나 징계도 없자 은밀히 보복을 계획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압살놈이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열고 암논을 초대했고, 신하를 시켜 암살함으로써 누이의 불행에 대한 보복을 감행했다. 압살놈은 사건 직후 외할아버지가 왕으로 있던 그술 지방으로 도망을 가서 3년을 지냈다.



다윗은 아들 압살놈을 그리워하면서도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으나 다윗의 심정을 눈치챈 신하 요압의 영향으로 압살놈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도 좋다는 윤허를 내렸다. 그러나 만나주지는 않은 채 집에만 머물도록 가택연금을 명했다. 압살놈은 그렇게 또 2년을 지낸 후 이 지난한 애증의 관계를 타결하고자 요압을 청했지만 그가 응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요압의 밭에 불을 놓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감행하였다.

다말이 강간을 당한지 7년이 지났고 암논이 죽은 후 5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압살놈의 대면요구를 허용한 다윗은 7년만에 만난 아들에게 키스를 했다고 성경에 나오는데 그런 상황에서의 키스는 용서의 의미였다. 그러나 그 이상의 어떤 표현이나 고백, 포옹, 대화는 없었다. 그때야말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원망이든 회한이든 경고나 충고든 부자간에 참된 화해를 청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압살놈도 더 이상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집안에서 일어난 강간과 살인의 엄청난 사건을 연달아 겪고 나서도 화해 없는 아니 화해를 위한 시도조차 없이 7년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가까스로 맞대면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침묵 속의 만남은 아들의 원한을 더 사무치게 한 결과가 되었다. 압살롬은 곧바로 아버지 다윗왕에 대한 역모를 계획하고, 그 후 조용히 4년동안의 시간을 들여 아버지를 공격할 작전을 수행해 나갔다. 이는 다말이 암논에게 강간을 당한 사건 후에, 아버지 다윗도 원한을 품은 압살놈도 주위의 다른 사람들 모두도 함께 침묵한 채 보낸 11년의 세월 후에,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는 재앙으로 표출되었다.

침묵으로 일관된 채 해결되지 않고 있던 다윗 가정의 불화는 수천명이 죽임을 당하는 불행하고 수치스런 역사를 남겼다. 불의를 당하고 상처를 받고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침묵은 곧 상하고 다친 부위를 치료하지 않은 채, 덮고 묻어두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살면서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경험하게 된 상처나 불행이든 가능한 빨리 진단하고 치유하며 나아가는 자세를 갖는 것은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고 간과해서는 안될 의무사항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맞대면과 소통은 부모로서, 자녀로서 그리고 형제자매로서 모두가 가진 도덕적 의무다. 지도자로서 동료로서 교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의무다. 자신의 감정표현과 의견 개진이 곧 치유의 과정이며, 소통은 곧 남과 세상에 대한 최상의 배려다. 관계상의 침묵은 주목과 대처가 요구되는 심각한 경고사인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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