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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시대를 읽는다

‘한때 그가 광적인 정열로 유혹하고 내팽개쳤던, 고모집의 양녀로 자란 바로 그 하녀가 틀림없었다.’ 배심원으로 출정한 귀족청년 네플류도프는 자신의 유린으로 임신한 뒤 매춘부로 전락하고 살인절도 혐의를 받게 된 카튜사를 법정에서 만난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귀족 중심의 상류층 사회의 부정과 부패, 하층민의 억울하고 비참한 삶을 통해 죄의 자각과 인간이 도달하는 도덕적 양심을 완성해 나가는 부활을 그리고 있다. ‘제정 러시아 사회의 저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사랑과 구원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주제를 형상화 한 명작이다.

시대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시대를 만든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난세에는 영웅이 출몰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호걸이 그 시대 역사를 바꾼다. 영웅호걸(英雄豪傑)은 담력과 무용,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고 기개와 풍모를 갖춘 인물이다. 영웅호걸은 고사하고 지은 죄 반성은 커녕 기상천외의 변명과 자가당착의 논리에 급급한 부패한 권력의 행보를 보는 민심은 착잡하다.

꿈과 이상이 아무리 드높아도 부국강병을 이루지 못한 정치는 실패한 정권이다. ‘정치를 잘못하면 왕일지라도 바꿔라’ 명림답부는 잔인하게 측근을 살해하고 실정으로 백성을 궁핍하게 만든 차대왕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고구려인들은 왕은 천신의 자손이라 믿었지만 명림답부를 주축으로 무능하고 악덕한 왕을 제거하고 8대 신대왕은 즉위한 뒤 화합의 정치를 펼친다.

삼국지는 중국통일을 위해 각축을 벌인 영웅호걸들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영웅적인 면모와 조조 손견 손책 손건 등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는데 제갈량은 유비와 함께 간흉을 물리치고 한실을 부흥시킨 영재분야의 영웅이다. ‘성도에 뽕나무 800그루와 메마른 밭 열다섯 경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제의 의식은 남음이 있습니다. 신이 밖에 임무를 맡을 때는 별도로 조달할 필요가 없고, 입는 것 먹는 것을 다 관에서 대주니 따로 생업을 벌려 조금이라도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제갈량이 후주 유선에게 고한 대목이다. 삼국지연의가 제갈량을 최고의 인물로 평가하기에 마땅한 대목이다. 온갖 비리와 부정, 사기와 탐욕이 폭로돼도 뻔뻔하게 고개 쳐들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자들이 새겨 들을 말이다



‘몇 십만의 인간이 한 곳에 모여 자그마한 땅을 볼모지로 만들려고 갖은 애를 썼어도, 그 땅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온통 돌을 깔아버렸어도, 그곳에 싹트는 풀을 모두 뽑아 없앴어도, 검은 석탄과 석유로 그슬려놓았어도,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고 동물과 새들을 모두 쫓아냈어도, 봄은 역시 이곳 도시에도 찾아 들었다.’ 부활의 첫 대목이다. 행위가 추악하고 비열하며 잔혹해도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암시한다. 우리 국민에게도 희망의 봄은 올 것인가.

누가 이토록 많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 가르게 하고 서로 미워하게 만들었는가. 역사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당리당락에 빠진 권력층과 자가당착에 빠진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엄중하게 기록할 것이다. 어떤 정권에도 예속 되기를 거부하는 국민들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정당한 징벌이 집행되지 않는 세상에서 피눈물로 통곡한다. 한국사회의 병폐를 낱낱이 고발하고 시대를 저울질 할 용감한 작가는없는가. 시대의 아픔에 절망하며 구원의 빛 찿는 민중들에게 희망의 등불 비춰 줄, 불멸의 명작 집필 할 위대한 작가는 어디 있는가.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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