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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시카고 커피

솔직히 말하자면 커피 마니아는 아니다. 커피를 시작한 것도 수험생으로 잠을 쫓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사람을 만나면서 앞에 두기 위한 음료수로도 아니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아침에 먹었던 베이글과 함께였다. 지금도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맛으로 마신다기보다는 아침에 의례적으로 행하는 루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기상해서 아침을 준비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빠지는 않는 소소한 일상 정도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정도가 아닐 뿐더러 뭐가 좋은 커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커피 종류를 가리진 않는다. 어떨 때는 대학교 때 쉬는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마시기 시작한 자판기 커피 맛이 생각날 때도 있고 자판기 커피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싼 캡슐 커피도 마셔보기도 하고 시카고에서 유명하다는 스폐셜티 커피를 홀짝거려보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콜드 브루, 나이트로 아이스 커피라는 생소한 것도 마셔봤다고 자부한다. 딱 커피의 맛은 구분할 수는 있을 정도다.

최근 시카고 다운타운에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커피 매장이 들어섰다. 단순히 많은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원두 커피를 매장 내에서 볶기도 하고 커피가 들어간 칵테일도 있으며 유명 파티셰 이름이 들어간 베이커리도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다운타운에 갈 길이 있어서 잠시 들렀더니 개장 일주일이 가까웠지만 아직도 매장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봤다. 사실 내 관심은 매장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다는 왜 하필 시카고에 세계 최대 커피 매장이 생겼는지였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것도 아니고 이미 다른 대도시에 비슷한 유형의 매장이 있는데도 중서부 시카고에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이 들어선 이유를 알고 싶었다.



대답은 이 커피 회사 전 최고 경영자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커피회사는 본사가 위치한 도시를 제외하고는 30여년 전에 시카고에 첫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성공을 해야만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시카고에 문을 연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역시 중서부 최대 도시에서 성공해야 다른 도시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매장은 시카고 다운타운 중에서도 가장 리테일 비즈니스가 활발한 매그니피션트 마일의 중심인 미시간과 이리 길에 위치하고 있다. 5층 규모의 건물, 35,000평방피트 면적에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이 그래서 더 주목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번에 오전 7시나 8시에 문을 여는 아침 일찍이나 자정 가까운 시간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사실 생각해보면 시카고에는 이미 다양한 커피 상점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시작된 인텔리젠시아가 대표적이다. 원산지와의 공정무역과 대회에서 입상한 스타 바리스타로 유명세를 탔고 시카고의 대표적인 스폐셜티 커피샵으로 한국에까지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스텀프타운도 웨스트룹 구글 앞에 매장을 내면서 인근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밀레니얼세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 두 커피샵과 블루보틀까지 합치면 미국 3대 스폐셜티 커피샵으로 부르곤 한다. 이밖에도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르 콜롬브,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필즈 커피 등도 시카고에서 볼 수가 있다.

요즘 시카고를 찾은 한인들 중에서도 이런 커피샵들을 꼭 방문하기도 한다는 점은 이채롭기도 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샵이 시카고에 들어섰다는 것이고 기존의 풍부한 커피 문화가 한층 두터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는 것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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