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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 (5)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

채플린 레지던트 수업 중에 슈퍼바이저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용어 설명이 있는 종이 한 장을 나눠주고,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라고 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이야기였는데, 주인공이 너무 바보 같고 잔인한 강도이자 살인자라고만 느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와 나와의 삶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적으로 폴리페몬(Polypemon) 또는 다마스테스(Damastes)라고도 한다. ‘두드려 펴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아테이아 교외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쉬어가기를 권하며 집으로 초대하고 배부른 성찬을 베풀었다. 그 후 자신에게 모든 이에게 사이즈가 맞는 침대가 있다며 손님을 눕힌 다음 자리에 누워 잠든 여행자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큰 만큼 잘라 버리고,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게 두들겨 패 늘여 살해한 후 짐을 강탈했다. 어떤 사람도 키가 침대의 길이에 딱 들어맞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키에 맞지 않는 침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잡혀온 사람 모두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그런 잔인무도한 강도행각은 아테이아 왕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여행 중이었던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우격다짐으로 죽임을 당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또는 체계’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겨났다. 지금은 자기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아집과 편견’을 뜻한다. 힘 있는 사람일수록 주변의 고언을 경청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남의 생각을 무조건 무시하고 옳지 않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독단적인 논리를 펼칠 때 쓰인다. 간단히 말하자면 "옷에다 몸 맞추기."이다. 프로크러스틴 'Procrustean : 검찰'이라는 단어는 ‘무리하게 기준에 맞추려 하는, 억지로 획일화하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와 있다.



사람들의 얼굴이 각각 다르고 키가 각각 다르듯이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견해는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우겨댄다면, 결국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고 역사와 역사를 단절시키고 종국에는 세계 인류의 발전을 끊어놓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접하면서 마음에 아픔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떠올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온 차별 경험이다. 어렸을 때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 인물 했을텐데…”라는 말을 들었고 (칭찬일까?), 한국에서 섬기던 교회에서는 “전임사역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을 부목사님에게 들었었고, 목사 안수를 받은 것도 “유학 가기 위해 교회를 사임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안수를 받게 해주겠다는 넓은(?) 배려에서 가능했다.

그곳에서 계속 사역하려고 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와 내가 살고 있는 시카고 한인 사회에서의 겪게 되는 현실이 그리스신화 속 이야기와 닮은 꼴을 경험했다. 정치권의 시대착오적인 색깔논쟁, 경제적 불평등, 사회구조의 부조리, 다양한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 역사에 대한 주관적 해석, 그리고 자신의 믿음과 종파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종교계에서도 같은 현상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용기가 없다.

채플린 레지던트 수업에 “왜? 이 주제를 화두로 던졌을까?” 생각해보니, 병원이라는 상황에서 모든 환자나 환자의 가족, 모든 직원들 각자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떠한 조건으로도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치료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번 자각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사람을 대하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러워진다.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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