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추석과 감사절

제 머리 속의 추석은 요리하시는 어머니 곁에서 동태전과 동그랑땡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던 그림으로 선명합니다. 추석은 그 날짜가 음력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지키게 됩니다. 음식을 준비하여 나누고, 모두가 함께 모이는 더 없이 좋은 명절이기에 한국의 가족들에게 전화인사라도 드려야지요.

여기 미국에서야 추석날은 일하고 학교 가는 평범한 날입니다. 교회에서 어르신들이 건네주시는 떡이 담긴 접시나, 추석을 기념하는 전화 메시지 받을 때에야 명절을 실감하곤 합니다. 그래도 주말의 한글학교에서는 송편만들기 실습도 하고, 차례를 드리는 것처럼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추석을 기억하려고도 합니다.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전해지면서 추석은 새로운 모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음식도 좋고, 가족이 모이는 것도 좋고, 묘지의 벌초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조상에게 제사하는 차례가 기독교의 신앙과 충돌하였습니다. 기독교도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지만, 돌아가신 조상의 귀신들께 인사드리고, 섬기고 함께 살아가는 문화는 신앙인에게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한국 선교 초기부터 기독교인은 제사에 참여하는 것을 멈추어야 했습니다. 물론 부모에게 효도를 실천하는 것은 기독교 윤리에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추석에 모인 가족들은 차례 대신 추도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가정 예배와 비슷한 데 돌아가신 어른들을 기억하는 하는 이야기나, 신앙의 유산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지요.



추도식에 대한 한국교회의 공식 제도는 1904년에 나타났습니다. 살아계신 부모에게 효도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경의를 표해야 하지만, 제사 의식은 추도예배로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제사에 나타나는 유교적 형식주의와 기복적 미신 때문이었습니다. 기독교 선교 2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신도예식에 저항하는 가정예배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전통으로 추수감사절을 지킵니다. 온 가족이 모이는 날로 여기고, 휴가를 즐기고,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그야말로 우리의 추석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퍼레이드를 하고, 특별한 미식 축구경기가 열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쇼핑을 하는 전통도 있네요.

추수감사절은 미국에 처음 정착한 청교도에서 시작했습니다. 1620년 11월 도착한 메이 플라우어 그룹은 겨울이 지나면서 절반이 죽었고, 겨우 농사를 지어가며 한 해를 버텼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겨울을 앞둔 어려운 가운데서도 3일 동안 일을 멈추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삼아 이웃 인디언을 초대하고 만찬을 베풀었습니다. 그 감사하는 마음이 전통이 되었고 공휴일이 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미주의 한인교회들도 추수감사절을 지키며 지냅니다. 많은 교회에서 날짜를 지키어 추수감사절 특별식탁을 나눕니다. 고향을 찾은 가족들도, 특별히 초대한 이웃들도 함께하는 풍성한 자리를 이룹니다. 어떤 때는 예배보다, 끝나고 함께할 식탁에 더 정성이 갈 때도 있습니다.

터키도 준비하고, 햄도 굽고, 평소에 잘 찾지 않는 크랜베리에 갖가지 파이도 빠질 수 없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준비하니 송편과 인절미가 더해지고, 불고기도 준비하고, 국도 빠질 수 없고, 수정과도 보태집니다. 점점 상업적인 휴일로 변해가는 미국의 감사절에 우리는 더 풍성한 계절이 되어갑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추석을 신앙 안에서 더 풍성한 전통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인들이 감사절을 추석처럼 풍성한 믿음과 가족의 날로 만들어 가네요. 함께 감사하는 진한 감사절로.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