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 세상 엿보기] (6) 어떤 개(견, 犬)를 키우고 계신가요?
그것은 두 마리의 개를 어떻게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두 마리의 개를 죽일 수가 없다면, 다른 한 마리의 개를 더 키우라고 조언한다. 바로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남에게 백 번 전해 듣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럼에도 듣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보는 사람보다 직접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올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마음으로 볼 수 있을까?
콘델 병원에서 채플린 레지던트를 하면서 채플린 사역을 깊이 배우며 경험하고 있다. 채플린은 환자나 환자의 가족들 더 나아가 병원의 모든 직원들에게 영적인 돌봄(Spiritual care)을 제공한다. 환자나 환자 가족의 필요에 의해서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고, 아파할 때 그 아픔에 공감해 주고, 그들이 고통을 겪는 당시의 느낌과 삶의 의미를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감성 터치다. 이때 없애야 할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인간 모두는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서 인종, 성별, 나이, 성 정체성, 종교, 권력, 지위나 직분 등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온콜 하는 날 밤 11시에 간호사가 전화를 했다. 환자의 배우자가 예배실에서 채플린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의료 기록을 찾아보니 환자는 60대 초반의 남자로 대장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환자의 배우자라기에 당연히 여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배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눈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간호사의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은 것인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내가 채플린이라고 소개하자 그가 눈물을 감추며 반갑게 맞이하면서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환자의 파트너(혹은 스파우스)라고 소개했다.
나는 절대로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편견과 선입견 없이 대하려고 노력했다.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절대로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질문은 묻지 않았다. 다만 지금 그의 파트너가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해 그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했고, 채플린의 사역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참으로 귀중한 일이라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늘도 편견과 선입견 없이 마음으로 일견하는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고 평등한 존엄성이 인정받는 미래를 이루어가면 좋겠다.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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