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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 (24) 멈췄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은?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멈춰라’. ‘집에 머물러 있으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빼앗겼다. 바이러스라는 미생물만이 빛의 속도로 퍼지며 판치고 있다. 모든 경제 활동이 마비 되었고, 소상인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때문에 가슴이 타 들어간다. 프리랜서들은 수입원이 사라졌다.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 중소기업이 넘쳐난다. 직장인은 임금동결 및 삭감, 심한 곳은 희망퇴직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정말로 전 세계가 블랙홀(Blackhole•극도로 높은 중력을 가지는 천체다. 탈출 속도가 광속을 넘어, 빛을 포함한 어떤 물체도 탈출할 수 없음)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합의한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법안에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을 한다고 하면서 엄청난 달러를 찍어 낸다고 한다. 언뜻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 국민에게 나눠주면 당장은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발행하면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면서 물가가 하늘 높이 치솟을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금지’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일상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간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하루가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모두를 공포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거나 병원 치료중인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는 가히 헤아리기 어렵다.

모든 병원들의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내가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는 콘델 병원도 비상근무 체제다. 상황이 하루 하루 다르다. 갈수록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진들은 초긴장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병원 방문은 금지 되었다. 예외인 경우는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의 가족’이나, ‘입원한 환자가 임종에 가까운 상황에 처했을 때’이다. 병원에 ‘고립된 환자(Isolated patient)’의 숫자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입원 환자의 숫자는 3분의 1 가량이 줄었고, 위급한 수술이 아닌 경우에는 모두 미뤄진 상태이다.



출근하는 모든 직원과 방문자의 체온을 확인한다. 평균 신체온도가 섭씨 36.5도(화씨97.7도)이다. 화씨로 100도가 넘으면 병원에 출입할 수 없다. 지난주부터는 병원 내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방침이 내려졌다. 마스크가 부족해 딱 하나를 주고 훼손되기 전까지 사용하라며 받아간 명단을 기록으로 남겼다.

레지던트 교육은 집에서 화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침과 오후시간 두 차례 그룹 전화회의를 통해 병원의 진행 상황과 업데이트된 정보로 행동 지침을 지시 받고 있다. 재택근무를 위해 병원의 이메일을 집에 있는 컴퓨터나 개인 핸드폰에서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잘 되지 않아 몇 주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집에서 전화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컴퓨터에 ‘Perfect Serve’ 프로그램을 깔고 “Chaplain Connection’을 화상으로 교육 받았다. 전화로 ‘환자 명단 확인’, ‘돌보는 방법’, 그리고 ‘결과 컴퓨터 입력하기’ 등의 내용이었다. 긴급 상황을 위한 새로운 시도지만, 곧 일상화될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져가고 있다.

급속히 변해가는 상황에 모두가 처음 가 보는 길을 걸어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아니기에 견딜 수 있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어려울 때 베풀고 나누는 ‘사랑, 친절, 희망, 봉사, 행복, 관계, 기도’라는 우리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인류애를 통해 곧 꽃피는 봄날은 올 것이다.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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