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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 (35) 나를 강하게 하는 건 뭘까?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만남을 갖는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삶의 방향 전환을 꿈꾸던 시절인 2016년 9월,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온 만남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채플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재향군인병원에서 사역하는 전 목사님을 만났다. 채플린이 되기 위한 자격과 과정, 그리고 일반 병원 채플린과 재향군인병원 채플린의 다른 점을 설명해주셨다. 많은 이야기 중에 가슴에 새긴 말은 “10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꼭 재향군인병원 채플린이 되라”는 것이었다.

그 후 채플린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3년 8개월 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미국 시민권을 받은 후(시민권이 있어야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재향군인병원에서 주말마다 채플린부서에서 1년 반정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 병원 채플린 중 한 명이 3월에 은퇴를 했다. 수석 채플린이 그 빈 자리에 나를 추천해 줘서 지원을 했다. 두 달 정도 서류 지원과 많은 과정을 거쳐 입사가 결정되었다. 병원 인사과(HR: Human Resources)에서 “일주일 후 출근하라”는 연락을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수석 채플린에게서 문제가 생겼다며 전화가 왔다. 내 지원서가 재향군인병원 본부(워싱턴)에서 거절되었단다.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거절되었다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내가 미국에서 인정하는 목회학석사(M.Div)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했다.



나는 한국 대학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했기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2년만에 마쳤다. 나는 목사 안수도 받고, 미국으로 유학 와 학위를 인정해 준 시카고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STM)와 목회학박사(D.Min) 학위를 받았다. 미국은 일반대학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3년간 공부한다. 재향군인병원 본부에서는 내가 M.Div를 2년 해서 수업시간이 모자라 학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기준을 미국에 맞춘 것이다.

나라마다 학제가 다른 걸 어쩌란 말인가. 다시 학교를 다닐 수도 없고, 한국의 교육제도를 뭘로 보고 인정하지 않는지 어이가 없고 화도 났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받은 학위가 미국의 학위와 동등하다는 증명서(Equivalency Letter)를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시카고신학대학원 입학담당자에게 급하게 연락했고, 감사하게도 그날 저녁에 서류를 이메일로 받아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날 본부에서는 ‘학교에서 보낸 서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인정하는 학력 평가 기관(NACES)에서 서류를 받으라고 했다.

딸의 도움으로 NACES에 나의 학교 성적표와 졸업장 등을 온라인으로 등록하고 360달러를 지불했다. 이틀 만에 이메일로, 며칠 후엔 우편물로 서류를 받았다. 결과는 ‘동등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로 서류를 받기 위해선 추가로 20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지원서 거절 소식 후 3일 만에 문제가 해결 되었다. 이건 분명 기적이었다. 빠른 일 처리로 금요일 오후에 이메일로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월요일에 ‘축하한다’는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결국 출근은 3일 늦춰졌고 그 일주일 동안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했다. 희망이 없다면 살아갈 의미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철학자 니체는 말에 이번 일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믿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출근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재향군인병원은 연방정부기관이다. 이 말은 내가 이제 ‘연방정부 공무원’이라서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곳에서 일어나는 ‘채플린의 세계 엿보기’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감사합니다.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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