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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드라이브-쓰루(Drive-Though) 시대

김대성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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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30 18:04

아직도 드라이브-쓰루 라인에 설 때마다 망설여집니다. 스피커를 통해 대화하다 보면 부족한 영어가 드러나고, 내 말을 못 알아 들을 때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20년 가까이 미국에 살았는데 말이 안 통하는 듯 할 때는 창피함을 넘어 자괴감까지 듭니다. 이런 느낌이 싫어 드라이브-쓰루보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팬데믹이 오자 한국이 드라이브-쓰루로 전세계에 히트작을 내어 놓았습니다. 드라이브-쓰루로 전염병 감염 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접촉하는 면적을 최대한 줄여서, 의심하여 대기하는 환자간의 위험을 줄이고 의료진을 보호하였습니다. 검진을 위한 시간을 3분의1로 단축하였는데, 이는 같은 시간에 3배나 많은 환자들을 대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의 드라이브-쓰루 검진을 본보기로 하여 미국, 호주,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도 운영하였습니다.

드라이브-쓰루는 맥도날드나 던킨 같은 패스트 푸드 업계에서 사용하던 영업 방식입니다. 은행, 약국, 세탁소, 세차 등 체감하는 드라이브-쓰루 사업이 늘어가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은 이제 드라이브-쓰루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체 매출이 크게 줄었던 기간에도 드라이브-쓰루를 통한 매장의 매출은 급상승 했다고 합니다.

드라이브-쓰루의 증가는 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나 영업 방식의 변경 이상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트렌드 연구가 김용섭은 드라이브-쓰루로 상징되는 비대면 문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시대는 이러한 비대면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5년 뒤에 일어날 일을 한 두 달에 급격하게 경험하게 했습니다.

드라이브-쓰루의 생활 방식은 인생에 중요한 행사들과 이를 둘러싼 문화마저 바꾸어 놓았습니다. 2020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드라이브-쓰루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자리에 앉아 있고 하객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선물도 건네고 했습니다.

장례식도 드라이브-쓰루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모일 수 없으니 고인과 작별하는 예식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눈인사로 대체되었습니다. 조문과 인사는 온라인이나 전화로 대신하고, 우리의 예식은 점점 간단하게 되어갑니다. 함께 모여 축하하고, 인사를 나누고, 축복하는 그 예식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갑니다.

실은 이러한 삶의 변화는 이미 우리 가운데 있었습니다. 결혼의 도시 라스 베가스에서는 2005년부터 드라이브-쓰루 결혼식이 있었답니다. 일본의 한 상조회사는 2017년부터 드라이브-쓰루 장례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쁜 현대인들과 노령인구를 겨냥했던 문화는 이제 그 저항 없이 우리 가운데로 들어왔고,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안전하고 편안함을 찾는 문화는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 스스로에게 묻게 되네요. 드라이브-쓰루 교회도 가능할까요? 그리고 드라이브-쓰루 교회를 통해서도 우리의 믿음이 성장하고 삶이 변화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정답 없이 여러 추측과 가설만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 빠르게 그리고 다시 돌이킬 수 없이 변화하고 있으니, 얼마 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더 심각하게 해 보게 됩니다. 더 편하고 안전한 환경의 교회를 바라는 요구는 늘어갈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교회에 들어서면 느끼던 평안이나 서로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감동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요? [사랑 커뮤니티 교회 담임, McCormick 신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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