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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매일 죽으란 법은 없다

이기희
이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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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4 17:13

좋은 일 나쁜 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힘든 고통과 무너지는 절망도 어느 순간 멈추고 수그러든다. 인생은 희로애락의 분기점을 오락가락한다. 잘 됐는가 하고 축포를 터트리면 허공에 부서지고 실망하고 쭈그러들어 괴로와 하다 보면 봄날처럼 쨍하고 햇볕이 든다. 분기점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곳이다. 분기점(分技點)에 도달하면 하나의 신호가 몇 갈래로 갈라지고 사물의 속성이나 위치, 상태가 바뀌고 달라진다. 운전에 젬병이고 길치인 탓에 고속도로 갈림길(Interchange)이나 교차점(Junction)에 도달하면 긴장해서 늘상 가던 길도 헤매다가 삼천포로 잘 못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수(鼓手, Drummer)는 판소리에서 소리꾼과 짝이 되어 북이나 장구를 치는 사람을 가리킨다. 고수는 노래에 맞춰 장단도 짚어주고 추임새도 넣어주며 노래의 분위기를 이끌어준다. 인생이라는 놀이 마당에는 희로애락의 분기점을 오가며 생의 가락을 맞춰주는 고수들이 있다. 밥도 술도 돈도 안 되는, 글쟁이 환쟁이 딴따라라고 치부해도 힘들고 뜬금없는 생의 갈림길을 앞서 나가며 북을 치는 고수가 없었다면 인생살이는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한 들판이 됐을까.

매일 죽으라는 법은 없다. 죽는가 하면 사는 길이 보이고 잘 산다고 설치면 죽는 수가 생긴다. 고생고생 팔기로 계약한 집이 클로징 2시간 전에 코로나 때문이라며 바이어가 파토를 냈다. 이삿짐과 차는 새 보금자리로 보낸 상태인데다 7년동안 벼르고 계획했던 캘리포니아행 마차가 바퀴채 날아가 뒤죽박죽 엉망진창 진퇴양난 수습불가 상태가 됐다. 그야말로 파토! 파토(破土)는 무덤을 만들기 위하여 풀을 베고 땅을 파는 것을 말한다. 임시로 얻은 아파트 방바닥에 이불 깔고 자며 와신상담, 흥청망청 살았던 세월을 반성했다. 옴짝달싹 못하고 두달 동안 갇혀 살다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때에 죽음을 각오하고 비행기 타고 본가로 귀향했다. 인명은 재천? 안 죽고 옛집으로 돌아온 것만 해도 기적 같은 행운인데 인생은 새옹지마! 큰 프로젝트가 터닝포인트로 준비돼 있었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 차리면 살 길이 정말 생긴다. 앞이 캄캄해도 두 눈 부릅뜨고 살 길을 찿는 자에게는 길이 열린다.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는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나 지점이다. 터닝 포인트 버튼은 각자의 손 안에 있다. 기회를 잡는 것도 기회를 놓치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유태인이 점령한 미술시장에서 힘들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정면돌파로 출구를 마련했다. 힘 안 들이고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우려내는 사람은 야바위꾼이다. 사업을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으로 담박에 떼돈 번 사람은 매번 승승장구 하지 않는다. ‘장사의 신’은 큰 돈 벌고 크게 성공한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성실과 신용으로 고객에게 기쁨과 행복, 사랑을 나눈 이름 앞에 붙은 예명이다.

매번 죽으라는 법도 없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 각오가 된 사람은 산다.

터닝 포인트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조정(Rowing)이나 카누에서는 깃발이 꽂힌 회항점(回航點)에서 재빨리 돌아와야 승리한다. 앞 만 보고 달리다가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지 모른다.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는 결단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아닌 길은 재빨리 회항하고, 소소하고 작은 일에 감동을 주는 사람은 매일의 역사가 터닝포인트로 다가온다. (Q7 Fine Art대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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