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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그 섬에 내가 있었네”

최선주
최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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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7 17:44

그렇다. 제주도에 그대가 있었다.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절절하게 진심을 담아 온 몸으로 제주도를 품고, 그 신비를 표현하고, 끝없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다가 마침내는 그 곳의 바람으로 남아 사람들의 영혼을 서늘하게 휘저어 놓으며 여전히 그대는 그 섬에 있다. 그저 무심히 발끝에 채이는 돌부리 때문에 언뜻 돌아보게된 들꽃처럼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그 생소함으로 그리고 끝내는 허리를 어깨를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게 하는 그 반가움으로 그 섬에 그대가 있다.

제주도에 가면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위로와 함께 인생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장소가 있다:김영갑 갤러리. 그 곳에 가면 사진작가 김영갑이 내어주는 삶의 위로와 열정의 경이로움이 있다. 그가 남긴 사진을 보기 전에 먼저 그가 온몸으로 살아낸 그의 열정을,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 남기고 싶어했던 생의 요소를, 굶어서 초췌해져 가면서도 소중히 아끼던 것들의 내용들에 대해 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인간이 타자의 인정과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추구해가며 좇아가는 아름다움이, 진리가, 그 신비가 얼마나 광대하며 숙연한 차원의 영역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가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 주제는 외로움과 평화였다.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늘 혼자이기를 원했다고 하는 그에게 외로움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삶의 부분이었다. 외로움을 겁내는 사람들이 대세인 인생살이에서, 타인과 어울릴 방도에 집착하느라 외양을 꾸미고 허세를 피우며 물질에 집착하는 세상살이에서 그는 스스로 이방인이 되고 유배자가 되었다. 아름다움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그는 외양의 아름다움이 아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평화로움을 미의 절정으로 추구했다. 가난 때문에 필름과 인화지마저 없을 때에는 애간장 태우며 기다렸던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카메라 대신 눈으로 찍고 마음에 인화를 해둘 수밖에 없다고 술회했다.

그는 그렇게 먹고 입는 것마저 최소한으로 허용되고 몸 누일 곳조차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갈망하고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 햇빛과 바람과 자연이 부딪는 순간, 그 찰라 속에 언뜻 비치고 지나치는 미의 영상화를 위해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얻고 대기중인 삶을 살았던 그를 두고 시인 이생진은 “카메라의 시인”이라 칭했다. 그리운 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서있는 순간이 매일이 되고 매주가 되고 매월이 되고 매년이 되어 이십년 이상 살아가면서 자지러지지 않을 육신이 있을까. 그래서 어느날 아직 젊었던 그의 손가락에 셔터를 누를 힘도 없는 루게릭이 찿아들었던 생의 마지막 몇년조차도 바람을 안고 자유롭게 떠돌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고 회상하는 그의 영혼은 놀라움을 넘어 신비로운 평안을 시사한다.

그가 남긴 평화로움의 극치는 순간을 영원으로 남긴 그의 사진만이 아니라 그가 목적하며 살아낸 그의 삶 자체에서 전달되어온다. 진정한 사랑을 아는 이만이 간직한 떠나버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극진한 그리움, 지극한 감사의 표현이 그가 살아낸 삶에서 드러난다. 극도로 가난했던 일상과 그 가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절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그의 격조 높은 사상과 삶의 편린에서 현대인이 그토록 갈망하는 그러나 살아내지 못하는 진정한 자유를 엿본다. 들판을 친구삼아 자신의 비극과 고통을 넘어서고, 그 들판이 온 몸으로 그러나 조용한 목소리와 고요한 몸짓으로 자신을 더 새로운 존재가 되게 한다고 고백한 그의 영혼을 눈물나게 그립게 한다. 어떻게 자연이 가진 그런 비밀한 풍요를 엿보고, 추구하고, 결국 만나게 된 것인지 더 자세히 들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나마라도 여전히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며 맞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제주 김영갑 갤러리 에 가면. [종려나무 교회 목사,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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