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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수도자의 일상을 엿보며

몇 년 전 여름 햇살이 따가운 어느 날 로마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40마일쯤 떨어진 수비아코를 여행했다. 수비아코는 한때 네로황제의 빌라가 있을만큼 산세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베네딕트 수도원이 시작된 곳으로 더 유명하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시간 가까이 산길을 걸어 올라가 찿아간 곳은 베네딕트가 수양하며 지냈다는 엔피데의 동굴이었다.

베네딕트는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로마로 유학을 갔다. 로마에서 만난 또래들이나 사람들의 생활상에 실망을 하게 된 베네딕트는 로마와 가족을 떠나서 은둔자의 삶을 살기로 작정하게 되는데 그 때 나이가 14세였다. 그는 하인 한 명만 데리고 엔피데라는 곳으로 갔는데 한적한 산골이어서 몇몇 수도원에 수도자들이 있을 뿐 마을도 없었다. 베네딕트는 우연히 도상에서 만난 로마누스라는 수도승의 조언과 도움으로 3년동안 동굴에서 기거하며 신앙생활에 헌신하게 되었다.

3년 간의 기도생활 후에 베네딕트는 그의 인격과 하나님과 인간들에 대한 이해력으로 인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 되었다. 베네딕트는 12개의 수도원을 세우고 한 수도원에 12명의 수도승들이 기거하도록 했다. 베네딕트는 주변 사제들의 시샘과 질투로 수도승들에게까지 유혹과 시험이 있게 되자 로마와 나폴리 사이에 있는 몬테 카시노로 옮겨갔고, 그의 나이가 50세가 되던 530년에 몬테카시노에 더 큰 규모의 대베네딕트 수도원을 세웠다.

베네딕트가 수도승들에게 거룩함과 헌신하는 생활을 가르치기 위해 개발한 베네딕트 규율은 겸손, 침묵, 순종을 중시한다. 또 노동과 기도 섞인 독서의 균형이 강조되었다. 기도와 함께 하는 독서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고 하는데 성경읽기, 묵상, 기도, 그리고 말씀에 대한 숙고 등의 4가지 단계를 갖추고 있다. 성경읽기는 성경공부에 해당한다. 묵상은 읽은 구절의 숨겨진 뜻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기도는 읽은 구절을 통해 선과 악을 구별하고자 하며, 찬송과 고백, 감사와 간구의 기도로 반응하는 것이다. 끝으로 말씀에 대한 숙고는 하나님께 마음을 향하고,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성베네딕트의 모델은 또 적절함과 합리성의 균형을 강조하는 독특한 영적 훈련이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함을 허용하는 것은 수도승들의 옷차림에서 나타난다. 베네딕트 수도승들은 기후에 맞는 옷을 입도록 했고, 교회의 절기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금식을 하지 않고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게 했으며, 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했다. 그들은 깨어있는 시간을 삼등분해서 5-6시간은 기도를 포함한 신앙의 시간, 5시간은 일하는 시간, 그리고 4시간은 성경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으로 안배했다. 균형 있게 일과 기도 그리고 공부를 하게 한 것은 베네딕트 수도원의 위대한 유산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베네딕트에게는 쌍동이 누이 스콜라스티카가 있었는데 그녀도 수도의 생활을 택해서 근처 수녀원에서 살았다. 베네딕트는 547년 그녀의 누이가 죽은 후 40일 후에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자가격리의 삶이 권장되는 이 시기를 통해 모든 이의 일상에 기도가 있는 말씀읽기, 일, 그리고 수면 등이 균형 있게 안배된 평상시의 예배가 있는 삶이기를 희망해 본다. 사람들의 일상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어가도록 구조를 갖추고 실천해 가는 삶이 되기를 축원한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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