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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오만과 방자, 법보다 양심

약발이 제일 센 약이 배려다. 배려는 타인을 보살펴 주려고 마음 쓰는 것을 말한다. 작은 정성과 관심, 화해와 배려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남을 곤경에 빠트리는 악한 말, 민족과 국가, 백성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영욕만을 위한 기획 된 발언, 파국으로 치닫는 정쟁으로 국민은 심란하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민주주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선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다. 인간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 받아 마땅하다. 자유는 타인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자유는 독재다. 평등은 차별, 권리, 의무, 자격 등이 공정하고 한결같음을 말한다. 작금에 제기되는 특권층의 비리 의혹과 관행이라는 구차한 변명에 민초들은 과연 법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한지 의구심을 갖는다.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 중앙에는 ‘법과 정의의 여신’을 상징하는 로마 신화의 유스티티아가 서 있다. 정의의 여신(Lady Jistice)은 왼손은 저울을, 오른 손에는 검을 들고 있다. 저울은 옳고 그름, 선악을 올바르게 저울질하는 법의 형평성을, 검은 법의 힘과 권위를 상징한다. 15세기 이후에 눈가리개라는 상징성이 추가 돼 법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지위 재산 권력에 관계없이 공평한 판결을 받는다는 ‘법의 공평성’을 표방한다. 법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고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공동생활의 기준이다.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기준이다. 법망을 빠져나가고 속임수 부릴 수 있지만 양심의 판단은 준엄하다. 법의 판결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해도 양심의 소리는 ‘가책’이라는 형벌로 평생 죄의 면류관 지고 살게 한다.

‘가책(呵責)’은 원래 산스크리트 아바사다나(Avasadana)를 번역한 말로, 잘못을 야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말한다. 석가모니는 제자 중에 싸움질에 능한 제자 지혜와 노자나를 꾸짖고 ‘가책갈마’라는 벌칙을 명시한다. ‘가책’을 받은 사람은 남의 구족계를 줄 권리, 스승이 될 권리 및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대중에게 계율의 이치를 말하지 못하며 어떤 직책도 맡아선 안되고 모임에 참석 못하며 좋은 옷을 입어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국인이 쓴 ‘통한의 조선 망국보고서’에서 ‘조선 멸망의 최대 원인은 궁정(정부)과 양반(공무원)에 있다.’며 ‘조선 사회에서는 음험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자가 번성하고, 정결하고 자애하는 자는 쇠멸한다. 중, 러, 일인이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스스로 망한 것이다.’라는 량치차오의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혼란과 분열을 거듭하는 파당싸움을 지켜보며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하기 마련’이라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이 새삼 가슴 뜨겁게 다가온다. 망국의 역사를 되새기는 이유는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역사는 백성에게 민심을 얻지 못한 정권이 몰락하는 절대절명의 교훈을 기록한다.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자리는 버거운 자리일 뿐이다. 생각은 달라지고 진화 할 수 있어도 양심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과거 발언이 족쇄가 돼도 아랑곳 하지 않는 권력층의 오만과 방자, 서로 다른 법 해석이 섬뜩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한탄이 결코 돈에 관한 해석이 아님을 알기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한다. (윈드화랑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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