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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Eastland호의 비극(상)

시카고 다운타운에는 아름다운 “시카고 강”이 도시를 휘어감으며 흐르고 있다. 그 강은 남과 북에서 지류로 흘러오다 도심 근처에서 합류해 거대한 미시간 호수로 들어간다. 일리노이 주 대평원과 망망한 푸른 호숫가 한가운데 우뚝 솟은 무수한 마천루 빌딩을 하늘에서 보노라면 “아! 시카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세계의 어느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현대적인 멋과 광활한 자연의 조화로운 황홀함을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00층짜리 ‘죤헨콕’ 빌딩 ‘스카이 카페’에서 거침없이 쭉 뻗은 휘황찬란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이곳만의 특권이다.

시카고 강은 마치 파리의 세느강처럼 도심을 가로 질러 곡선형으로 여울지게 흐르는데 강안을 따라 양쪽에 늘어선 다양한 모양의 현대적인 건물들은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곤 한다. 다만 다른 강들보다 특징이 있다면 이 병풍같이 늘어진 멋있는 빌딩들 사이로 서로 가까운 거리를 두고 십여 개의 길지 않은 철다리가 있으며, 그 다리는 큰 요트가 드나들 수 있도록 모두 중간 부분이 올라 간다는 것이다. 특히 봄철로 넘어가는 3월 ‘성 패트릭의 날’ 하루는 강물 전체가 밝은 연두색으로 물감 들여져 시민들의 얼굴은 더욱 밝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오래 전 이 강을 통해 출퇴근을 하느라 그 중 제일 가운데의 ‘LaSalle Bridge’를 매일 걸어서 왕래한 적이 있으며, 요즘도 이 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던 지난주 나는 우연히 다리 끝에 세워진 작은 팻말을 보고 그만 그 자리에서 소스라칠만한 전율을 느끼고 말았다. 검은 동판으로 새워진 아주 작은 칠판만한 팻말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Eastland호의 비극: 1915년 7월 24일 아침, 증기 유람선 Eastland 호가 강가의 부두에 일부가 아직 접안된 상태에서 전복이 되었다. 그 결과는 미국 해난 사고 역사상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 부두 바로 앞에서 800명 이상의 익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비극이 발생한 배에는 웨스턴 전기 회사의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이 피크닉을 가기 위해 정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 비극에 대한 조사는 호수 증기선들의 전반적인 점검 문제와 선박의 해양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였었다. 설립자; 일리노이 주 수리 과학 학술원, 시카고 Eastland호 재난 역사 학회 및 일리노이 주 역사 학회. 2000년 세움.”



그 동안 무심코 건너던 이 다리 앞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해난 사고가 있었다니 너무 아름다운 빌딩들에 묻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아주 어쩌다 이긴 하지만 지나가는 할머니가 뜬금없이 커다란 흰꽃을 강으로 던지고 지나간 기억이 나고는 한다. 그럼에도 나의 아내는 아직도 매일 이 다리를 건너며 오후 5시 무렵이면 이 팻말 앞에 모인 비둘기 떼들에게 식빵을 잘게 부순 엄청난 양의 모이를 던지곤 하는데 그 사람 역시 이 팻말의 글을 못 보았다고 한다.

사실 비둘기는 시카고에서는 환경 문제로 오래 전부터 시에서 그 숫자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지독한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고 있는 아내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로, 언제부터인가 저 멀리 빌딩 꼭대기에서 졸음에 겨워 꾸뻑 대고 있던 비둘기들이 이 사람이 그 무렵 강가의 팻말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신호등을 건너 오기 시작하면 모든 빌딩에서 하늘을 덮으며 새까맣게 날라 오기 시작해 이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곤 하였는데 이 비둘기 이야기는 근처의 ‘시카고 트리뷴’에서 창 너머로 내다보다 그 시간만 되면 일어나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고 기사화 된 적도 있다. (다음 주에 계속)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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