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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사람들 72] 밀알선교단 김선유 씨

“장애우들도 잘 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도전이고,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죠.”

중앙일보 1면에 매일 소개되는 ‘시카고 사람들’을 읽은 김선유(40•미국명 캐롤라인)씨는 ‘나도 신문에 한 번 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이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여러가지 체험과 도전을 적극적으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씨는 생후 6개월이 채 되기 전, 감기로 인한 고열로 무려 8차례나 입원을 하는 바람에 뇌 세포가 파괴돼 학습 및 운동 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국민학교 입학 후 장애를 안게 됐음을 깨달았다.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였다"고 웃어보였다. 좌절을 겪을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부모님(김경회•김정순)이었다. 어머니는 “학습 능력은 조금 부족할 지라도 음악 실력은 네가 누구보다 최고”라고 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칭 '카세트 테이프 세대'인 그는 어린 시절 동요만 나오면 금세 흥겨운 춤을 추곤 했다.



1992년 5월 28일, 김 씨는 부모님과 함께 오헤어국제공항을 통해 시카고로 이민 왔다. 그 때만 해도 미국의 의술이 한국보다 훨씬 우수했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 주었다. 고교(GBS) 재학 시절 밴드에서 플룻을 연주했다. 1996년 11월 다운타운 매그니피선트 연말 점등 퍼레이드에 참여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봐주는, 편견 없는 미국이 좋다. 미국 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1994년부터 밀알선교단에 본격 참여, 활동 중이다. “고(故) 강영우 박사가 롤모델이었고, 나보다 더 큰 장애를 안고 있는 분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갖게 됐다”고.

그는 밀알선교단과 출석 중인 새누리 주님의 교회 찬양팀서 활동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네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는 물론 플룻, 기타, 하모니카, 탬버린까지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그는 “반주할 때 여러 파트를 동시에 할 수 없어 조금 아쉽긴 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방송 ‘가요무대’를 즐겨 본다는 그는 소위 ‘뽕짝’에 관한 한 막힘이 없다. 고복수, 이난영, 백설희, 남인수에서부터 설운도, 주현미, 오승근에 이르기까지 가수와 가사를 줄줄 꿴다. 양로원 봉사활동 때 남다른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김 씨는 지난 10월부터 교회 내 오카리나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머지 않아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내셔널 루이스 대학 졸업 후 주얼-오스코, 굿윌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2016년 이후 자칭 ‘주중 백수’다. 밀알선교단과 찬양 팀에서 활동하는 주말을 빼곤 주중엔 일이 없다.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밀알에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도 있고, 수화를 잘 하는 분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켜주세요.” 그는 "예전엔 운동이 싫었는데 최근 피트니스, 줌바 등을 통해 조금씩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사랑합니다. 부족한 저를 귀한 딸로 인정해주시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김 씨가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주는 부모님께 꼭 하고 싶었던 말이다.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할머니와 다운타운에 사는 남동생 부부, 조카들도 그에겐 더 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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