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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MLB 사인 훔치기 논란

박춘호
박춘호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7 13:33

언론에서는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라고 부른다. 메이저리그(MLB)에서 2017년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와 구단이 홈구장에 설치된 카메라 장비를 동원해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쳐낸 뒤 이를 타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털고 108년만에 우승한 2016년 다음해인 2017년 월드시리즈는 애스트로스가 우승했다. 당시 상대팀은 류현진이 소속됐던 LA 다저스였으니 한인 야구팬들의 이목도 당연히 주목될 수밖에 없다.

우선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일반적이다. 프로나 아마추어 경기에서 상대 팀이 중요한 순간에 어떤 사인을 낼지 미리 간파하고 이에 대처하게 되면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자의 경우 투수가 다음에 던질 공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파악할 수만 있어도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큰 차이가 생긴다. 타자가 선호하는 공은 노려서 칠 수 있고 약한 공이라면 버리면 된다. 또 승부구에서 어떤 구질이 올지 알고 있으면 타자 입장에서는 손쉽게 대응할 수가 있다. 투수가 야심차게 던진 승부구를 타자가 커트만 해도 김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도가 있다. 상대 감독이나 코치, 투수나 포수가 내는 사인을 다른 팀 선수나 코치가 읽고 분석해 대비하는 것은 괜찮다.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진을 보고 타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보통 금기시된다. 이를 이유로 투수가 2루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빙자한 위협구를 던진 경우가 얼마 전 한국 프로야구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애스트로스와 같이 카메라 장비를 설치하고 이를 찍어 덕아웃에 전달한 뒤 구종을 알려주는 것은 정도를 훨씬 넘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입장이다. 구종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애스트로스는 덕아웃에 있는 휴지통을 야구 방망이로 크게 치면서 나는 소리로 알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결국 이와 같은 의혹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합당한 조치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애스트로스 감독과 단장에게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구단은 즉시 해당자를 해고조치를 했다. 징계는 여기서 머물리 않고 당시 애스트로스 선수와 코치였던 카를로스 벨트란 뉴욕 메츠 감독과 알렉스 코라 보스톤 레드삭스 감독이 현재 구단으로부터 각각 해고됐다. 애스트로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아깝게 넘겨준 다저스 등 일부 팬들은 월드시리즈 우승 자격까지 박탈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의혹은 애스트로스 선수 일부가 사인을 전달받을 목적으로 무선 수신기를 몸에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호세 알투베도 해당 선수로 지목됐는데 어깨 부분에 무선 수신기를 착용해 구종을 미리 알고 타격을 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사인 가로채기 수준을 넘어서 장비를 이용한 신종 사기극으로 봐야 할 정도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대게 그렇듯 정도를 넘어서면 합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야구계에서 일반적인 사인 훔치기를 넘어서 장비를 동원하고 선수끼리 짜고 치는 사기극은 결국 팬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추가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나온 의혹들에 대해서 팬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내놔야 한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으로 각종 기록의 순수성이 훼손된 것을 팬들은 목격한 바 있다. 승부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 선수들의 능력이나 전략, 경험이 아니라 사인 훔치기라면 팬들이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의미가 없다. 전략 시물레이션과 같은 흥미진진한 비디오 게임이 만연한 시기에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당연한 조치가 필요하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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